장면 1

by 김작가

장면 1

우리 가족은 여행을 많이 가지 않았다. 내가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많이 갔다고 한다. 내 기억에는 없지만, 가족 앨범 속 나는 동물원에서 웃고 있거나 바닷가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복기 가능한 여행은 몇 개 없다. 그중 즐거웠던 여행은 더 없다. S그룹을 다니셨던 아버지에게는 우방타워랜드 자유이용권이 나왔지만, 형과 나는 놀이공원을 좋아하지 않았다. 대신 계곡을 좋아했다. 하루는 캠핑을 하러 이름 모를 산에 갔었다. 나의 아버지는 좋은 아버지였던 것 같다. 밤 열 시쯤이 되고 형과 어머니는 일찍 잠들었다. 형체는 없고 소리만 있는 밤, 아버지는 랜턴을 내 앞에 놓고 당신의 어린 시절 얘기를 시작하신다. “아버지 동네에는 전봇대가 없어서 매일 이렇게 어두웠다.” 아버지는 시골에 살았다.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거리는 걸어서 2시간이었고, 중간에 큰 산을 넘어야 했다. 그 산에는 귀신이 나뭇가지에 올라가 있다는 나무가 있었고, 아버지는 그곳을 지나가는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귀신이 나오는 산 중턱을 지나가기 위해 깡통을 주어 그것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며 달려갔다고 했다. 난 이런 아버지가 좋다. 자상하게 요리를 해주고 이것저것 아는 게 많은 아버지가 좋다. 아버지에게는 여러 모습이 있겠지만, 그때 모습을 유난히 더 기억하고 싶다. 내가 기억해드려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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