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가 Sep 08. 2017

김생민 키우기

판타지적 욜로가 현실적 김생민을 불렀다



예전에 '유재석 키우기'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유재석을 대하는 시청자의 태도는 철없는 아이를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시킨 것에 가깝다는 내용이었다. 연예인을 키우는 행위는 엔터테인먼트산업이 주는 큰 재미 중 하나다. 그리고 이번에는 김생민의 차례가 온 것이다.


올해는 유독 그런 문화가 더 두드러졌다. <해피투게더>, <동상이몽 시즌2>를 통해 2개 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하게 된 김수용, <프로듀스101>에 출연한 장문복 그리고 최근에는 <쇼미더머니>를 통해 인기를 얻은 우원재가 그랬다. 셋의 공통점이 있다면 연예인보다는 일반인에 가깝다는 것이다.


언론은 스타를 만들지 못한다

김수용은 오랫동안 인기를 얻지 못하며 연예인으로서는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였다. 장문복은 래퍼로서의 재능은 크지 않지만 순수한 열정한 노력이 매력적이었으며 <쇼미더머니>가 인맥힙합이라는 비판과는 무관하고 우원재는 인맥 없이 준결승 무대에까지 올라갔다. 과거 <라디오스타>에서 허지웅은 '뇌섹남'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고 연예산업에서 허명을 붙이는 거라고 말했다. 라이징 스타가 꾸준히 필요한 게 산업의 속성이라고 말하며. 하지만 그건 겸손의 표현이었다고 본다. 연예매체는 스타를 만들 힘을 잃은 지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다수의 연예매체에서 설현을 두고 제2의 설현이라거나 헬로비너스 나라를 두고 제2의 설현이라고 기사들을 쏟아냈지만, 결과는? 다들 알거다. 설현은 고작 광고를 많이 찍었을 뿐이며 그의 캐릭터는 사랑받지 못했다. 헬로비너스 나라는? 마찬가지다. 시대가 원하지 못하는 연예인은 감히 스타가 되지 못한다. 시대가 스타를 불러내는 것이다.


판타지적 욜로에 대한 반감이 김생민을 불렀다


김생민을 부른 건 시청자들이었다. <김생민의 영수증>을 맡게 된 김생민의 출발은 소소했을 거다. <연예가중계>나 <출발 비디오여행>처럼 오랫동안 하게 될 프로그램 중 하나였을 거다. 하지만 <김생민의 영수증>은 기존의 출연했던 프로그램과 본질적으로 달랐다. <출발 비디오여행>이나 <연예가중계>에서는 김생민의 캐릭터를 내세울 기회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김생민의 영수증>을 들으며 생각했다. '아 김생민이 이런 사람이었구나.'


많은 사람들이 김생민에 대해서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다. 아무도 다루지 않으니까. 때마침 TV에는 매일같이 관찰예능이 대세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억지 욜로를 찬양하는 다수의 방송과 신문 매체에서 반감을 느낀 사람들이 먼저 김생민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TV에 나오는 연예인 가족의 삶에 대한 거부감이 커질대로 커질 무렵과 맞물렸다. 20년 동안 주인공이 되지 못했지만 성실하게 자리를 지킨 김생민이 그때 보인 것이다.


무한대로 팽창하고 있는 관찰예능을 통해 보는 연예인의 욜로라이프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했다. 수많은 관찰예능 중에서 <나혼자 산다>에 나왔을 때 통장에 돈이 없던 강남, 옥탑방에 살던 육중완은 이제 없다. 돈 걱정 없이 마음껏 쇼핑을 하고, 해외여행을 보내는 연예인들뿐이었다. 일반인의 삶과 멀이지는 관찰예능에 대한 거부감이 김생민을 TV로 부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세기의 여자들 그리고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