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가 Sep 10. 2017

텅 빈 도서관 같다, <유아독존>

<썰전>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 새로운 지식예능

썰전을 떠났던 시사평론가 전원책이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돌아왔다. tvN의 <유아독존>이다.


<유아독존>은 유식한 아재들의 독한 인물평zone이라는 뜻으로 토론 컨셉의 스튜디오 예능이다. 서경석이 진행을 보고 전원책과 정봉주가 토론을 한다. 출연자 구성부터 스튜디오 형식까지 여러모로 <썰전>을 떠오르게 한다. 물론 형식은 비슷할 수 있다. 그릇 안에 담고 있는 것이 다르면 된다. 그런데 겉만 비슷할 뿐 속은 텅 비어있다.


1화에서 다룬 인물은 두 인물이었다. 루즈벨트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다. 50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 동안 두 인물을 다루는 게 촉박해보였다. 위키백과를 조금만 뒤져봐도 알 수 있는 일반적인 상식의 연속이었다. 특히 정봉주가 더 심했다. <썰전>에서 전원책이 긴장을 완화시키는 유머 담당이었다면 <유아독존>에서는 정봉주와 전원책 둘 다 그런 역할을 한다. 역할 분담이 필요해보인다.


시청자들이 <알쓸신잡>과 <썰전> 등 이른바 '지식예능'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지 재미 때문이 아니다. 그곳에 나온 출연자들은 '이게 방송이 돼?'라며 걱정할 정도로 본인의 역할에 충실한다. 웃기려고 하지 않고 자신이 잘하는 것,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말하는 데에 집중한다. <유아독존>의 아쉬운 점이 바로 그것이다. <유아독존>은 웃기려고 한다.


일반적 예능과 지식 예능 둘 다 재미를 준다는 것에서는 같은 곳을 지향하지만, 재미의 종류가 다르다. 지식 예능은 앎의 즐거움이 우선이며 2차적으로 일정한 패턴이 반복되며 캐릭터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유아독존>의 실수는 이미 캐릭터가 구축되어있는 정봉주와 전원책을 캐스팅했다는 것에 있다. 전원책이 버럭대며 평하는 장면은 <썰전>에서 숱하게 봤던 장면이며 시시껄렁한 유머와 자기자랑을 던지는 '봉도사' 정봉주는 팟캐스트부터 출발해 라디오, TV까지 많이 소비되었다. tvN의 수많은 간판프로그램을 만들었던 나영석 pd가 잘하는 것 중 하나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다. 그 캐릭터는 그 프로그램 안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시청자는 계속 찾게 된다.


이수련이라는 역할은 또 어떤가. 최초 대통령 여성 경호원이라는 타이틀의 이 인물은 방송 중간중간에 토론할 만한 의제를 던지는데, 대단할 것 없이 대본을 읽는 것 뿐이다. 이런 역할이 왜 필요한 것이며, 최초 여성 경호원의 타이틀은 가진 인물을 해야 할 이유는 또 무엇인가. 남자 셋만 출연하는 것에 대해 걱정스럽기 때문인가, 화제성을 키우기 위함인가.


지식 예능을 좋아하는 필자는 아무리 <유아독존>을 관심있게 보려해도 이대로는 힘들다. 게다가 '노는 물이 다르다'는 전원책의 말처럼 정봉주는 많이 약해보인다. 어쩌면 시청자가 유시민을 통해 눈이 너무 높아져있는 걸 수도 있고.

매거진의 이전글 김생민 키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