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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Sep 21. 2017

범죄도시의 복잡한 매력

액션은 신선하지만 단조롭고 유머는 구식인데 빛난다

왕십리 CGV에 <범죄도시> 시사회를 다녀왔다. <범죄도시>는 마동석의 화끈한 액션, 윤계상의 화끈한 변신을 전면에 내세워 화끈한 홍보를 하고 있는 화끈한 영화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느껴지는 미지근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한계에 대해 말하려한다.


윤계상은 별로 안 무섭고 윤계상 왼쪽에 입벌리고 있는 아저씨가 훨씬 무섭다. 사진에는 없지만 대머리 아저씨가 제일 무서움.


악인에 대한 묘사가 빈약하다

<청년경찰> 얘기부터 해야겠다. 난 <청년경찰>의 매력과 흠 중에 매력을 더 높게 쳐주었지만 흠을 더 크게 본 사람도 꽤 많았다.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여성피해자를 통한 남성 주인공의 성장 서사가 그것이다.  <청년경찰>은 조선족을 악인 그 자체로 묘사하였는데, 왜 악인이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깊이있는 연출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들어야겠다. 그런 타이밍에 <범죄도시>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범죄도시>는 조선족의 살인과 범죄가 더 적나라하게 연출되어있었다. 물론 실화에 근거한 영화이기 때문에 '왜 조선인을 나쁘게 묘사했냐'며 무조건적인 비판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범죄도시> 역시 조선족의 악한 행위에 대한 입체적인 통찰은 그려내지 못했다. 악당보스 장첸 역의 윤계상은 그냥 나쁘고, 그 밑에 애들도 그냥 나쁘다.


마동석의 화끈한 액션은 아쉽게도 이게 다다.


액션이 다양하지 않다

막 죽이고, 주먹질하고, 뜨거운 기름 던지고 난리다. 그런데 우리는 까먹지 말아야 한다. 이 영화는 분명 '마동석의 화끈한 액션'을 기대하라고 한다. 그런데 그 화끈한 액션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액션영화는 주인공을 팔다리가 긴 배우를 주로 캐스팅했다. 그래야 팔다리 쭉쭉 뻗어서 시원한 맛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마동석이다. 몸이 굉장히 좋다. 팔도 엄청 두껍다. 그래서 마동석이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은 괴력의 펀치다. 발차기 액션이 없고, 날렵한 몸동작이 없다. 그냥 주먹으로 '퍽'. 그게 끝이다. <군도>에서 강동원이 보여준 선이 아름다운 칼싸움, <놈놈놈>에서 정우성이 보여준 밧줄타기와 장총돌리기 같은 액션과는 종류가 다르다. 분명 강력한 한 방의 주먹이 주는 쾌감은 놀랍고 신선하다(지금까지 없었으니까). 하지만 누군가는 다른 종류의 액션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었을가. 마동석과 같은 강력반 형사들 중에 어느 누구도 액션을 보여주지 못한다.


착해보이지 않나?


너무 착한 윤계상

난 윤계상이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잘한다고 생각했다. <범죄도시>를 보고 난 뒤에 생각을 고쳤다. 윤계상이 맡은 조선족 두목 '장첸'은 살인을 서슴치 않는 무서운 녀석인데, 그 밑에 두 명의 부하가 있다. 그 두 명이 더 무섭다. 그 두 명의 부하가 갑자기 카메라 정면을 본다면 난 무서워서 고개를 돌렸을 것 같다. 조선족 말투는 나쁘지 않았다.(<범죄도시>에 출연한 모든 연기자의 조선족 말투는 좋았다) 하지만 <황해>의 김윤석이 계속 생각났다. <황해>의 김윤석은 개장수 그 자체, 면가 그 자체였다. 윤계상의 옷이나 역할에서 김윤석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기에 끊임없이 비교가 됐다. 그래서 아쉬웠다. 윤계상의 얼굴은 너무 착해보였다. 살인자의 얼굴이 아니다. 마동석한테 맞을 걸 생각하니 오히려 불쌍해보였다.


기가 막힌 유머

이거 하나는 칭찬하고 싶다. 코드가 안 맞으면 어이가 없을 수도 있는데, 감독의 자신감처럼 보인다. 진지한 순간에 힘을 빼는 유머가 곳곳에 들어가있다. 신기하게도 맥을 끊지 않고 장면을 살린다. 특히 마지막 액션신의 마동석의 대사가 압권.


범죄도시의 별점은 2.5개. 신선한 요소는 있었지만, 영화 자체는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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