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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Oct 21. 2017

영화로운 일기<아이엠 히스레저>

2017 10 16

얼마 전 카카오톡 채널을 뒤적거리다가 재밌는 게시물을 하나 봤다.


'시간여행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진 몇 장이 증거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1960년대에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는 여자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찍힌 사진도 있었고, 스스로 미래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있었다. 나에겐 후자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그 남자는 아무도 투자하지 않는 주식에 큰 돈을 쏟아넣고 말도 안되는 큰 이득을 봤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수사당국은 남자를 구금하고 조사를 했다. 그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 나는 미래에서 왔고 돈을 벌기 위해서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이런 일을 저질렀다. 미안하다." 물론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다른 남자가 와서 보석금을 주고 남자를 풀어주고 데려간다. 그 사건 뒤 어디서도 그 남자 일행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정말 묘한 이야기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게시물을 보며 진짜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되는 내가 아직 철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계속 철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빈틈이 없는 인생은 너무도 지루하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구멍이 나는 순간들이 있지 않나. 그런 곳을 음모론이나 미스터리 따위로 채우게 되는 것 같다. 단순히 허전함을 달래고 싶어서 일 수도 있고 조금의 희망을 느끼고 싶어서 이기도 하겠지. 난 자살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혹시 미래에서 온 사람이 아닐까?'


히스레저를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종종 자신이 일찍 죽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되었다. 히스레저의 열정적인 삶. 주변의 친구들은 히스레저를 성실하고 용기있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증언한다.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미래에서 온 히스레저는 연기를 하지 못했던 것은 후회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과거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 대가로 가장 찬란한 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야 한다는 것. 그런 생각이 드니 히스레저 말고 우리를 떠난 사람을 또 한 명 더 떠올랐다.


어쩌면 미래에서 온 노무현 대통령이 미래에서 보고 겪은 대한민국이 지옥같은 곳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과거로 돌아왔어야만 했고, 그 대가로 안타까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난 그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며 <히스레저>를 봤다. 한 사람의 삶이 너무 환상적이라 느껴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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