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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Oct 21. 2017

영화로운 일기 <유리정원>

2017 10 19

영화 전문가는 아니지만 영화에 대한 감상을 친구와 나누다보면 반복하는 철학(?)들이 있음을 알게된다. 영화를 하기에 적합한 외모가 있다는 것이다.


너무 예쁘거나, 너무 조각같이 잘생기면 관객은 완벽히 몰입할 수 없다고 믿는다. 많은 연예인들이 외적으로 뛰어나지만 내가 말하는 기준은 그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한가인이 그렇다. 한가인의 오똑한 코, 큰 눈에는 일상성이 없다. 관객은 어두컴컴한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러니까 영상에 완전히 젖어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 경험이 깨지는 순간이 많을 수록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순간의 종류는 다양하다.

'아 연기하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개연성이 너무 없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리고 '외모가 너무 말도 안되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연기자가 캐릭터를 잡아먹기 때문이다. 이 한계를 연기력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내공이 필요할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배우는 본인의 마스크가 불투명한 경우가 연기할 때는 더 좋다. 최민식, 송강호, 전도연이 최정상급 배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의 연기력도 있었겠지만, (연예인으로서)너무 예쁘지도 너무 잘생기지도 않은 덕분이기도 하다.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문근영이 그런 배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붕뚫고 하이킹의 서신애가 자신의 앳된 외모를 고민하는 걸 비정상회담에서 본 적이 있는데, 정말 고민되는 부분이다. 문근영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그래서 <어린 신부> 이후에 다양한 성격의 배역에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두각을 드러낸 작품이 없었다.


하지만 <유리 정원>을 보고 난 뒤에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생각보다 어두운 역할이 잘 어울렸다. 물론 태생적인 조건 때문에 표독스러운 배역은 맡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가. 최민식이나 송강호가 꽃미남 역할을 못하듯이 모든 배우가 모든 역할을 다 잘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문근영은 <유리정원>을 통해서 한 차례 벽을 허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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