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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운 일기 <유리정원>

2017 10 19

by 김작가

영화 전문가는 아니지만 영화에 대한 감상을 친구와 나누다보면 반복하는 철학(?)들이 있음을 알게된다. 영화를 하기에 적합한 외모가 있다는 것이다.


너무 예쁘거나, 너무 조각같이 잘생기면 관객은 완벽히 몰입할 수 없다고 믿는다. 많은 연예인들이 외적으로 뛰어나지만 내가 말하는 기준은 그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한가인이 그렇다. 한가인의 오똑한 코, 큰 눈에는 일상성이 없다. 관객은 어두컴컴한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러니까 영상에 완전히 젖어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 경험이 깨지는 순간이 많을 수록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순간의 종류는 다양하다.

'아 연기하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개연성이 너무 없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리고 '외모가 너무 말도 안되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연기자가 캐릭터를 잡아먹기 때문이다. 이 한계를 연기력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내공이 필요할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배우는 본인의 마스크가 불투명한 경우가 연기할 때는 더 좋다. 최민식, 송강호, 전도연이 최정상급 배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의 연기력도 있었겠지만, (연예인으로서)너무 예쁘지도 너무 잘생기지도 않은 덕분이기도 하다.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문근영이 그런 배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붕뚫고 하이킹의 서신애가 자신의 앳된 외모를 고민하는 걸 비정상회담에서 본 적이 있는데, 정말 고민되는 부분이다. 문근영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그래서 <어린 신부> 이후에 다양한 성격의 배역에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두각을 드러낸 작품이 없었다.


하지만 <유리 정원>을 보고 난 뒤에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생각보다 어두운 역할이 잘 어울렸다. 물론 태생적인 조건 때문에 표독스러운 배역은 맡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가. 최민식이나 송강호가 꽃미남 역할을 못하듯이 모든 배우가 모든 역할을 다 잘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문근영은 <유리정원>을 통해서 한 차례 벽을 허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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