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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1 21 새벽 2시 일기

날씨는 추웠다

by 김작가

1.세상의 소란이 잠잠해졌을 때 나의 일도 끝이 났다. 오늘 하루만큼은 소속된 일과 소속되지 않은 일이 나뉘어져있었다. 퇴근을 하고 간단히 만두를 먹고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밤 열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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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난 내가 자꾸 걱정이 된다. 못하는 게 많고 어설픈 게 많은 내가 걱정이 된다. 걱정이 되는 내가 걱정이 된다. 드라마에서 보던, 영화에서 보던 익숙한 모습이 멋있던 그런 사람들처럼 주인공이 되지 못할까봐, 아니 주인공은커녕 조연조차 되지 못할까봐 괜히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 ‘뭐해?’ 다들 그냥 살아있다.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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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알 수 없는 밤과 알고 싶은 밤뿐이다. 밤은 내게 어두울 뿐이지만 어떤 날은 조금의 알콜에도 궁금한 게 많아지고, 다른 날은 1리터의 알콜에도 궁금한 게 사라진다. 생각이 많아지면 새벽 네 시쯤 잠에 들고, 다짐을 하게 되면 두 시쯤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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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끔 스쳐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내 곁에서 옅어진 사람이 아닌 스쳐서 이미 가버린 사람들. 이름은 기억나지만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는 그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괜히 세탁기가 내는 ‘웅웅’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내가 잘못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한다.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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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한 달에 한 편 이상 소설을 쓰고 있다. 소설이 팔릴지 모르겠다. 11월에 한 편, 그리고 12월에 한 편. 그리고 아마도 1월에 한 편. 나는 소설을 쓰니까 소설가일까. 취미가 소설쓰기인 사람일 뿐인걸까. 갈수록 흥미를 잃어가는 것들이 많아지자 나는 상실하는 것에 지레 겁을 먹는 것 같다. 잃어버리는 것은 슬프고 아프다. 내탓이라 하더라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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