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떠나는 친구
1.내가 살던 동네에는 동갑내기 친구가 없었다. 석준아 노올자, 라고 부르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가장 꼬마였던 그 동네에서 언제나 형을 따라 형의 친구들과 놀았다. 소외감이나 외로움을 느끼지는 못했다. 형들은 모두 착했서 나를 챙겨주려했으니까. 하지만 ‘같이 나고 자랐다’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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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같이 자랐다, 라는 기분이 드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y다. y는 대학교에 올라와서 알게 된 친구인데, 내가 경상도 출신이고 그 친구가 전라도 출신이니 난 태어나서 처음 만난 전라도 친구가 y였던 셈이다. 지금은 전라도니 경상도니하는 말이 시대에 뒤떨어진 불필요한 정보이지만, 처음엔 조금은 신기했다. “아 고향이 전주구나. 나는 대구에서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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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학생은 어른보다는 아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20대는 어른이 되는 과정이었다. 동고동락을 함께했다는 말처럼, 울고, 웃고, 감정이 상하거나 감동하는 일들이 번갈아 있었던 것 같다. 대부분은 즐거워서 지금 떠올려보면 ‘그때 좋았지’하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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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서울에서 어른이 되었던 친구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 Y와 나와 또 다른 친구o는 종종 셋이 합정이나 연남에서 술자리를 가졌는데, 가장 먼저 서울을 떠난 건 o였다. 서울살이에 지쳤기 때문이다. “난 서울과는 안 맞나봐” 난 그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몇년이 지나고 이제는 y가 떠난다. 그 친구의 심경을 다음 주에 만나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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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나는 언젠가는 서울을 떠날까. 언젠가는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