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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하는 게 없었다

by 김작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내가 가진 많은 고민 중 가장 큰 고민이 그거였다. 내가 잘하는 게 없다는 것. 이 말을 진지하게 친구들에게 터놓으면 무슨 말같지 않은 소리를 하냐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위로를 했다. 그 위로를 받고도 힘이 되지 못했던 이유는, 난 친구처럼 농구를 잘하지도 못했고, 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었고, 게임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냥 좋아하는 게 많았을 뿐이다. 친구를 좋아했고, 노는 걸 좋아했다.


내 인생의 암흑기를 묻는다면 고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학교는 우반, 준우반, 평반을 성적순으로 나눴다. 난 어쩌다 우반에 털걸이하였는데, 우반이되면 무조건 기숙사에 살아야 한다는 강제적인 조건이 있었다. 학교와 우리집의 거리는 걸어서 겨우 15분에 불과했지만, 선택사항이 아니었다.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고

뭔가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걱정없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날 것 같아서 무작정 글을 쓰고 있다.

아직도 마음 속에 있는 진짜 마음이 나오지 않았고, 그게 난 무엇인지 알지 못하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내가 선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18살은 어땠을까.

17살은 어땠을까. 그때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어떤 꿈이 있었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해지는 밤이다.


맞다. 나는 와인을 한 병쯤 마셨고, 그 한 병이 비어갈 때쯤 냉장고에서 차가운 맥주를 꺼내놓았다.


요즘따라 내가 살아온 길의 명과 암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어머니의, 아버지의, 형의, 나의 모든 명과 암에 대해서...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서로 영향을 끼친 것에 대해서 생각한다.


나는 잘 하는 게 없었다. 좋아하는 게 많았을 뿐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조금 무서운 건 좋아하는 것마저 사라지는 것 같다는 것.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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