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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Mar 12. 2018

박철민의 눈물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고 나서

 나이를 먹으면 나물이 맛있어지는 순간이 온다더니 요즘 나는 저녁마다 반찬으로 나물을 먹고 있다. 시금치, 고사리, 무생채를, 적당히 따끈한 밥 위에 올리고김가루를 뿌리고 고추장과 함께 비빈다. 그리고 노른자가 살짝 덜 익은 계란후라이를 제일 위에 올린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평소처럼 나물과 함께 하는 저녁이었다. TV를 틀고 입맛을 돋우는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를 틀어놓았다.


 배우 박철민은 셰프들에게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요리를 먹고 싶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치매로 겨우 3살 정도의 지능을 가졌기 때문에 아들에게 요리를 해줄 수도 없고 아들을 아들로 알아보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박철민은 그때부터마음이 울컥한다고 했다. 자신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며 요리를 하는 두 셰프를 보니 너무 감사해서 이미 배가 부르다고. 그리고 나온 음식 엄마의 한상. 고등어조림, 매생잇국, 가지볶음은 음식으로써는 완벽하지 않았다. 고등어조림은 비린내가 나고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갔다. 하지만 그 고등어조림의 국물을 떠먹었을때 박철민은 말했다. “어쩌죠..너무 똑같아요..너무 좋습니다.” 어렸을 때 먹었던 그 요리, 그는 평생 못 먹을 것 같았던 엄마의 요리를 다시 먹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며 간신히 차오르는 울음을 눌렀다.


 몇 년 전 편의점 알바를 하고 집에 도착했을 때였다. 하필이면 그때 엄마는 내게 별일 없냐는 문자를 보냈고, 나는 불꺼진 방에서 그 문자를 봤다. 손에 쥐고 있던 씨유비닐봉지, 그 속에 있는 유통기한이 지난 도시락을 냉장고 위에 올리고 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나는 먼 훗날 어떤 음식을 먹으며 울음을 삼킬까. 하지만 아무리 깊게 생각해보아도 내겐 그럴 만한 요리가 없는 것 같다. 따뜻함을 그리워하고 싶지만 그리워할 만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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