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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Mar 12. 2018

토냐는 잘못하지 않았다

<아이, 토냐> 리뷰

1. 인터뷰 중 토냐는 "It's not my fault"라고 자주 말한다. 영화 흐름에서 그 대사는 토냐의 무책임함을 말하는 것처럼 드러나지만, 그녀의 말은 사실이다. 그녀의 잘못으로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물리적 폭력과 거짓말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토냐는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고 엄마를 졸랐던 것 밖에 없다. 겨울 세 살 때말이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오직 스케이트만 타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니 "It's not my fault"는 틀린 말이 아니다.


2. 토냐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피겨스케이팅은 연기를 하는 스포츠다. 스케이트만 잘 타서는 안되고 우수한 연기를 함께 보여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토냐는 번번히 좌절했다. 그녀는 거짓말에 익숙치 않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에게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는 그들이 좋아하는 보수적인 의상을 입고 그에 맞는 노래를 틀어야 한다고 하지만 토냐는 말한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잖아요." 중반 이후 그녀는 변하기 시작한다.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이미지를 만드려고 시도한다. 건전한 가족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엄마를 다시 찾아가기도 한다. 어느정도까지는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에 다가갔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다.


3. 영화 초반에 스케이트를 타고 회전하는 장면을 후반에 복싱 장면과 교차하며 사용했다. 그것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복싱과 피겨스케이팅 두 가지 스포츠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떠들어보면 재밌겠다. 내가 생각한 부분은 착용하는 도구에 대해서다. 피겨스케이팅은 아름다운 스포츠이지만 스케이트날은 날카롭다. 사람을 다치게 하지는 않지만 맞닿는 것들을 깎으며 완성시킨다. 반면에 복싱의 글러브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다. 글러브는 상대방을 아프게 하기 위해 착용하는 복장이 아닌 스스로를 위한 것이다. 이것이 토냐의 삶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동안 토냐는 학대받으면서도 스스로를 지키지 않았다. 지킬줄 몰랐다. 그리고 올림픽 이후에 그녀는 살기 위해서였지만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을 알아간 것이 아닐까.


4.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다가 END라는 글자와 함께 '띵' 소리를 내며 멈추는 장면. 모든 것이 끝났다고 느끼는 토냐의 심정을 잘 묘사했다.


5. 제목이 왜 <아이, 토냐>일까. 만약 '나는 토냐다' 정도로 표현하고 싶었다면 굳이 쉼표를 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토냐'를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쉼표는 나열할 때 쓰는 부호다. 그리고 같은 대상을 나열하지는 않는다. 'I'와 '토냐'는 다른 의미다. 토냐는 대중이 바라보는 이미지, 타인이 토냐를 바라볼 때의 이미지, 왜곡된 이미지를 의미한다. I는 진짜 토냐다. 아무도 모르는 진짜 fault를 알고 있는 토냐를 말한다.


6. 남자친구는 토냐를 때리다가 미안하다고 하고 사랑한다고 하다가 다시 때린다. 남자친구는 그게 진실되었다고 말한다. 남자친구의 친구 숀은 자신이 정말 보디가드, 대테러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그게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엄마는 토냐에게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토냐를 둘러싼 모두가 거짓말을 하지만 거짓말임을 모른다.


7. 모든 배우의 연기가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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