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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없음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

by 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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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을 아주 잘게 쪼개고 현미경으로 그것들을 들여다본다면 같은 인생이란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내가 짊어진 인생의 무게가 가장 무거웠고, 내가 했던 사랑이 가장 아름다웠기 때문에. 그러나 아주 멀리서 그들의 인생을 망원경으로 보았을 땐, 그저 인간1과 인간2의 삶일 수 있다.


인간의 삶이란 가까이서 보면 드라마틱하지만 멀리서 보면 특별한 것 하나 없어보인다. 세상에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 기본 교육을 받고 적당한 기대를 받고 기대보다는 조금 못한 성적으로 괜찮은 대학교에 들어간다. 힘들게 들어간 대학교에서 매일 같이 술을 마시다가 놀다가 가끔씩 열심히 공부한다. 말인 즉, 열심히와 적당히의 삶의 반복적으로 반복하다가 멀쩡해보이는 직장에 들어가 돌아이같은 상사에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적당한 시기에 괜찮은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으면 이런 삶은 또 아이에게 전해진다.


비약이 심하다는 걸 알고 있다. 어렸을 때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한 사람도 있고, 아주 뛰어난 성적으로 어려서부터 두각을 드러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적당히 살다가 가끔씩 열심히 살 뿐이다. 그래서 우리 삶은 아주 대단치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다.


술자리에서 서로의 고충을 꺼내놓는다. 그 얘기를 안주 삼아 술을 삼키고 스트레스는 토해낸다. 살면서 깨달아가는 것은 나는 그렇게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만 유난히 힘든 것도 아니고, 남이 그렇게 편하게 사는 것도 아니다. 아주 몇몇, TV에 나오고 뉴스에 출연하는 몇명만 소수에 속한다.


찰리 채플린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글쎄, 우리의 삶이 멀리서 본다고 해서 희극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저, 이 인생의 별거없음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가 고민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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