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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가능한가

결혼해도 괜찮을까

by 김작가



젊을 때 연애를 '열심히'했다. 연애는 어떻게 열심히 하는 거냐고? 쉬지 않으면 된다. 사랑하지 않아도 만나면 사랑하게 되고, 좋아하지 않아도 좋아하다 보면 좋아진다. 그러다가 차이고 차고를 반복하다가 뒤를 돌아보면 '내가 참 열심히 연애를 했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수학의 정석I>에서 1과 원과 도형 페이지만 새까맣게 변한 것처럼, 20대 초반이 새까맣게 변해버린 스스로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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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인생을 살아본 선배들이 인생에 대해 뭘 좀 안답시고 이렇게 말했다. "뜨거운 연애를 한번 쯤은 해봐, 그럼 사랑에 대해 알게 될 거야."훈수 중 최악의 훈수인, 인생 훈수를 경계하던 시절이라 '이래라 저래라'말투가 나오면 일단 귀부터 막던 나였다.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그 말은 맞는 말인 것 같다는 것이다.


뜨거운 사랑을 해보니 사랑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심스러워졌다. 정말 많이 조심스러워졌다. 사랑 뿐만이 아니라 우정과 같은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회의를 하게 됐다. 데카르트가 신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행동했던 회의론처럼 난 인간의 감정들 중에 변하지 않는 게 있는지 계속 생각해봤다. 누군가가 볼 때는 굉장히 쓸데 없는 짓이지만, 난 살기 위해 그런 생각을 했다. 마무리 짓지 못하면 아무에게도 감정을 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결론은? 결혼은 위험하다. 사랑을 포함한 인간의 감정들은 사과가 공기에 닿으면 갈변되듯 변하기 쉽다. 행복한 싱글로 냉장고에 있다가 짝을 만나면 냉장고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썩기 시작한다. 아니, 썩는다는 말은 어쩌면 틀린 말일 수 있다. 변하기 시작한다. 달라지기 시작한다. 수많은 커플들이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고, 홍대 어딘가에서 수컷과 암컷에게 구애행동을 하는 것이 그 증거다.


결혼해도 괜찮을까. 결혼을 해서 행복해하는 사람보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주변과 미디어에 너무 많다. 결혼을 한 뒤에도 행복해 하는 사람은 마치 돌연변이처럼 취급당하는 사회는 왜 결혼이라는 제도를 만들고 권장하는가. 미디어에서 결혼을 배운다면 아마 결혼은 담배와 술보다 훨씬 유해해보인다. 아이러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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