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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Jul 01. 2018

오직 김다미만 빛난다

영화일기 2018년 6월 30일

"기억이 안 나요!" "기억나게 해줄게!" 이런 대사가 나왔던 게 영화가 시작하고 한 시간이 넘게 지난 때였다.

<신세계>처럼 마음이 쫄깃쫄깃해지는 영화를 만든 박훈정 감독이 이런 느슨한 영화를 만들었을리가 없어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 <마녀>는 도통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마녀 등장이 주는 시퀀스를 아끼고 아낄 생각이라면 초반에 다른 갈등요소를 넣을 법도 한데, 최우식의 등장 외엔 놀랍도록 서스펜스가 없다.

극초반부터 중후반까지 유일하게 집중할 수 있었던 부분은 신인배우 김다미의 얼굴이었다. 신비로운 마스크의 낯선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는 몇년간 한국영화계의 인기를 독차지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박희순, 조민수 둘의 대화는 긴장감이 없었다. 존댓말을 쓰며 잔인한 짓과 냉정한 말을 서슴없이 하는 닥터 백의 캐릭터은 새롭지 않았다. 게다가 닥터 백과 충돌을 일으킬 것처럼 보여주는 미스터 최 역시 박희순이 지금껏 연기했던 분위기과 흡사해 둘 중 어느 누구도 관객을 몰입시키지 못했다.


이건 다른 캐릭터 역시 해당되는 문제였다. 친구 명희는 아마 박훈정 감독이 상상하는 전형적인 고등학생으로 그려놓은 것처럼 깨발랄했고, 죄책감없이 사람을 죽이는 최우식 일당은 미디어에서 소모되고 소모되다 못해 이제는 없어지면 좋겠는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칼을 벽에 긁으며 여유롭게 사람을 죽이러 가는 행동, 멍한 표정으로 사람을 죽이는 장면 등. 불필요한 장면들이 군데군데 심어져있어서,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후반 닥터백의 대사 역시 불필요했다. 닥터백은 유리를 사이에 두고 구자윤(김다미)를 묶어놓고 그날 무슨 일이 있었고, 우리가 어떤 상황이고, 내가 왜 너의 앞에 있으며 등등 이야기해주는데, 그 방법이 꼭 대사일필요는 없었다. 가장 의아했던 부분이다. 그런 호흡이 긴 대사들이 긴장감을 계속 끊어놓았고, 이건 영화 전체에 골고루 포진되어있었다. 그렇다고 각본이 훌륭했던 것도 아니다.


박훈정 감독은 이번 영화로 인해 고민이 많아질 것 같다. <신세계>를 연출했던 감독이 <VIP>와 <마녀>로 능력을 입증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건 데뷔작이 너무 잘된 것에 비해 차기작들이 못했다는 상대적인 상황이 아니다. 두번째, 세번째 영화는 절대적으로 평가가 좋지 않다. 마치 다른 감독이 연출한 것처럼.


그러니 <마녀>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장면은 김다미가 연기하는 장면 뿐이다.

다행히 후반부 액션에서 '하 이제야 영화 좀 재미있게 보겠군'하는 생각이 들지만, 곧 끝나버리고 만다. 이렇게가지 극을 늘어지게 가져갈 필요가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식당에서 안주를 시켰는데, 30분이 되도록 요리가 안 나오고 밑반찬만 먹고 있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마녀> 두번째 이야기가 기대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후반부에 보여준 액션과 김다미의 연기 때문에. 김다미의 연기를 보기 위해서는 <마녀>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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