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처럼, 셀린느처럼 살 수 있을까
연애세포? 그런 게 있는지 모르겠다. 본 적도 없지만(어떤 세포도 못 본 건 마찬가지;;) 연애를 안 해도 연애세포가 사라지고, 연애를 오래해도 사라지는 거라면 난 전자를 선택하겠다 생각했다. 왜냐고? 당연하지. 같이 있어서 외로운 것보다는 혼자여서 외로운 게 더 낫다고 느끼니까.
연애를 하고 싶지 않다고 다짐하는 것조차 지겨워졌을 때 <비포 선라이즈>를 봤다. 그토록 호평을 받는 영화를 이제야 본다는 것에 부끄러워졌지만 이 영화는 90년대 영화. 난 80년대 출생이니 많이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비포 선라이즈>를 보고 후속 편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어떻게 될지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았다. 여기서 결말을 말할 생각은 없다. 내용은 내가 하려는 말과는 관련이 없으니까.
영화가 고마웠다. 많은, 수많은 로맨스 영화가 보여주는 사랑에 대한 가르침과 꼰대질을 느끼지 않아도 됐다. 완벽한 커플이 보여주는 완벽한 사랑과 행복한 그들을 보며 '아, 나도 저렇게 살 거야'라는 감상을 하지 않아도 됐기에 고마웠다. 이 세상은 영화처럼 달콤하지 않고 그렇다고 씁쓸하기만 한 것도 아니라는 걸 30대를 2년 앞둔 나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으니까.
가수 윤종신의 표현처럼 나이를 먹으면 혀가 까져서 청국장을 좋아하듯이, <비포> 시리즈는 내게 청국장 같아서 좋은 영화다. 좋은 영화는 한 가지에 대해서만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로맨스라고해서 사랑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면 그건 아무리 잘 만들어도 감흥이 오지 않는다. <비포>가 나에게 감동을 준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인생과 사랑 전반에 대해 생각하게 하며 무엇보다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기 때문에.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마디를 꼽으라면 난 이 대사로 하겠다.
"소울메이트라는 말, 지겹다"
'애들아 보고 싶어ㅜㅜ'를 연발하며 '언제 한번 밥 한 번 먹자'급의 갑자칩포장스러운 가식을 느끼는 요즘. 카카오톡에 도배되다시피 하는 과장된 스티커들은 감정의 거짓말을 부추기는 것 같다. 요즘엔 너무라는 말이 너무 많아 너무하지 않은 것들이 너무 없어 보인다. 정말 너무하다. '공갈감정'이 넘친다.
셀린느와 제시 같은 사람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