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28일의 일기
인터넷에서 여기저기 흘러다니다가 '가연'에서 '당신의 연애유형을 테스트해드립니다'라고 유혹을 하길래, 클릭클릭클릭.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적어야 결과가 나온다길래 아무런 의심없이(어떻게 이럴 땐 이렇게 말 잘 듣는지 몰라도) 개인정보를 제출했더랬다.
주말에 오랜만에 전화라는 게 오길래, 내 벨소리가 너무 반가워 받았더니 '가연'이었다. 무슨 매니져라고, 나의 짝을 찾아주겠다며...난 정말 한가했는데 바쁘다고 말하며 끊었다. 그 이후로도 몇번 전화왔고 며칠 전에도 전화왔다. 요즘에 이정도 정성이면 한번쯤 대화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다.
게다가 책 좋아하고 영화 좋아하고 여행은 좋아하지 않아야 한다는 아주 까다롭지 않은 조건을 가진 이성을 찾기가 힘들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몇차례 소개팅 실패 에피소드를 친구와 흑미오리고기를 뜯으며 얘기해줬더니 듀오를 해보란다. '아니 난 별로 외롭지 않은데?'라고 대답은 했지만 친구의 누나가 맨날 집에서 책만보는데 소개팅엔 관심이 없단다. 아마 조용한 사람들은 소개팅에 잘 안나가는 거 같다며, 자신의 누나도 듀오를 한단다. 젠장, 내 친구는 지금 있는 해외무역파트보다는 영업부가 어울릴 거 같다.
그래서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다가 듀오에 들어가봤다. 가연과 비슷하게 애정도테스트 등등이 있었다. 또 몇번 클릭클릭하고 개인정보를 갖다바쳤다. 결과는 이메일로 주겠다는데.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월터가 매칭사이트에서 하트를 보내던 모습이 떠올라, 지금 내 모습이 썩 구차하게 보이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