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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Sep 09. 2018

시리야, 쟤 좀 죽여줘

가능한 테크놀로지가 주는 끔찍한 상상, <업그레이드> 줄거리

<업그레이드>의 내용은 특별한 것도 없다. 오히려 어디서 많이 본 클리셰를 조각모음한 것 같은 액션영화다. 서로를 사랑하던 남자와 여자가 있고, 어느날 괴한의 습격으로 여자는 죽는다. 남자는 복수를 한다. 딱, 그런 내용.

여자 주인공이 죽는 장면. 드론은 사고현장을 발견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ID칩을 심어놨지만 읽지 못한다.

그럼에도 영화를 차별화시키는 부분이 있다. 영화에는 자율주행차, 드론 등 이제는 우리가 상상 가능한 기술들이 구현되어있다. 첨단기술이 줄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과 부작용을 골고루 다루고 있지만, 톤 자체는 부정적으로 많이 기울어져있다. 예를 들면, 기계에게 목소리로 명령만 하면 알아서 단백질 쉐이크를 만들어주는데, 그 편리함이라는 것이 사지 마비가 된 그레이(남자 주인공)의 상황과 대비되며 더 씁쓸하게 만든다.

아날로그를 사랑하던 그레이는 다시 걸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내의 죽음을 복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노란 머리의 잘생긴 CEO가 주는 '스템'이라는 것을 몸에 심기로 한다. 그레이의 말에 따르면 사진처럼 바퀴벌레처럼 생겼으며, 노란 머리 남자는 현실세계로 치자면 잡스 같은 느낌. 고독해보이고, 사람들도 잘 안 만나는데 IT에는 굉장한 천재이며 거대한 IT회사의 대표. 노란머리는 스템이 하는 역할은 "뇌와 사지의 끊어진 부분을 이어줄 뿐"이라고 말하지만...(마지막 반전)

스템을 몸에 이식하고 '업그레이드'가 된 그레이는 아내를 죽인 놈들을 찾아나선다. 이때 처음으로 스템 통제 모드를 경험하게 된다. 

그레이가 스템에서 승인을 해주면 스템이 그레이의 몸을 통제하고 초인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굉장히 잔인하다..입도 찢고...블룸하우스 아니랄까봐.

노란머리가 스템을 심어주면서 절대 외부에 들켜서는 안된다고 말을 하는데, 사실 그때부터 뭔가 수상했다. 어떻게 알고 병실까지 찾아와. 그리고 회사 핵심기술을 그렇게 불쌍하다고 심어주면 되나. 아무튼 그래서 그레이는 집에서는 걸어다니고 밖에서 여전히 사지마비 환자인 척한다.

아내를 죽인 범죄자를 찾는 형사(왼쪽)가 종종 찾아오는데, 이때부터 그레이를 용의자로 생각한다. 그레이가 수상한 짓을 많이 하니까. 확실히 똑똑한 주인공은 아니다. 스템이 똑똑할 뿐. 경찰에게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스템은 "형사의 눈을 피하지 마세요" "저 사람은 넘겨짚는 겁니다" 같은 조언을 준다.

그레이가 범죄자들을 찾느라 여기저기 다녀서 노란머리는 결국 스템을 원격으로 꺼버리려고 한다. 그러자 스템은 "노란머리가 스템을 꺼버리면 너는 다시 사지마비 환자로 돌아가니까 어디어디 가서 돈 주고 해킹해. 내가 유명한 사람 이미 알아놨음."이라고 한다. 결국 그레이는 노란머리로부터 해방.

하지만...그 모든 것이 스템의 계획. 해킹하면서 노란머리로부터 해방되었지만, 스템은 그레이의 몸을 온전히 통제하게 된다.


<업그레이드>는 주저하는 법이 없다. 인물의 감정을 세밀하게 보여주기 보다는 상황 전개를 우선하는 것처럼 결정과 선택하는 상황에서 고민이 없다. 스템을 심을 것이냐 말 것이냐, 환자가 된 주인공의 우울함, 사고가 난 후 병실에 눕기까지 등 군더더기 없다. 러닝타임도 100분이라 지루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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