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가 Sep 16. 2018

물괴, 아주 재미없지는 않지만

9월 셋째주 영화 리뷰

물괴 리뷰


1. 마감이 끝나면 <물괴>를 보려했다. 마음을 바꾼 건 평점 테러에 대한 기사를 보고서. 빨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두 눈으로 봐야 욕할 자격이 생기지.

2. <물괴>는 소문만큼이나 재미없었지만, 전설의 레전드 <7광구>에 비할 바는 아니다. 누구는 혜리의 발연기 때문에 도저히 볼 수 없었다고 하는데, 그 말에는 73퍼센트 정도 동의한다. 연기하고 있다는 톤은 다른 배우들에 내뱉는 발성과 어울리지 않아서 계속 신경쓰였다.(살인자의 기억법의 설현을 떠올리면 된다) 나머지 30퍼센트는 선입견 때문이었던 것 같다. 혜리가 발연기를 했다는 말을 워낙 듣고 영화를 봤기 때문에 계속 혜리가 대사를 칠 때마다 귀를 쫑긋하게 됐다. '혜리다 혜리 나온다! 집중!)결론적으로 혜리의 연기는 어색했다. 발연기까지는 아니고..발목..연기?


3. 물괴의 얼굴은 해태 혹은 해치를 닮았다. 몸은 상반신이 하반신 보다 발달한 것이 마치 킹콩. 하지만 괴물을 거꾸로 뒤집어 '물괴'라고 하며 특별함을 보여주려했지만, 스토리에서 물괴에게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은 실패했다. 물괴의 약점이나 장점이나 특성들이 크게 드러나는 것들이 없어서 그런 것에서 주는 긴장감이나 기대가 없었다. 시각이 후퇴한 대신 청각이 발달했다는 것 정도. CG는 기대를 하지 않으면 볼만한 정도다. 물괴의 움직임이 생물체이 움직임이라기보다는 기계적이라 느껴졌고, 주변 배경이나 배우들과는 조화롭지 않아 보였다. 언제까지 CG 걱정을 옵션처럼 하고 살아야 하나...한국영화란...

4. <물괴>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을 엔딩이  덮어버리고 단점 투성이의 평범하고 진부한 한국영화로 만들어버렸다. 주인공은 꼭 그렇게 말도 안되게 살아남아야 하는 건가. 마치 감독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촬영을 했다가 투자사가 "에이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안 끝나면 보겠어?" 라는 말에 추가촬영한 것처럼 보였다. 악수 오브 악수

5. 김명민은 또 다시 흥행하지 못했다. 김강우와 경쟁하듯 기록을 쌓고있다.

6. 박희순이 유약한 모습을 연기했다. 꽤 잘 어울렸다. 그동안 양아치 같은 형사나 형사 같은 양아치를 했었는데.


7. 이경영이 또 나왔다. 권모술수를 부리는 권력자 역이다. 언제나 그랬지. 그만 경영합시다.


8. <물괴>의 궁궐씬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저녁의 노을빛을 품고 있다. 나라가 망해가는, 조정이 기우는 느낌을 표현한 게 아니었을까. 왕이 나올 땐 낮씬이 거의 없었다. 색보정은 박진호라는 분이 했다.


9. 물괴를 시내의 백성들이 보는 곳에서 죽이려고 했던 이경영이 오히려 시내 중심으로 들어가 궁지에 몰리게 되는 장면은 좋았다. 김명민과 김인권의 액션씬 연출이 괜찮았는데, 더 살리지 못해서 아쉬웠다. 낫 액션이 나오다가 말았다. 이정재가 출연했던 <기방난동사건>과 비슷한 액션이었다. 마치 만화같이 컷이 휙휙 넘어가는.


10. 혜리 캐릭터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다. 연기의 문제도 있지만, 캐릭터 자체가 애매하다. 꼭 있어야 할까 싶기도 하다. 혜리의 성장환경과 관련되 비하인드가 왕과 김명민 사이에 있는데, 겉만 핥고 있어서 괜히 이야기만 산만하게 만들었다. 필요한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해리가 무술과 의학에도 능한데, 그걸 혜리는 "조선 무예 1인자의 딸"이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물괴 사건이 있기 전까지 해리는 아버지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리가 왜 의학과 무예에 능한지 모르겠고, 액션을 보여주는 능력도 부족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왔는데도 혜리가 어떤 아이인지 그려지지 않는다.


11. 음악은 좋았다. 음악감독은 충무로에서 잘나가는 감독 중 한 명인 모그였다.

12. 박성웅의 "아직 살아있었군요?"라는 대사와 바로 이어지는 이경영의 "서두르는 게 좋을 겁니다. 곧 왕좌에 서리가 앉을 겁니다."라는 대사가 좋았다. 그 이후 대사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하지만 기억나는 건 특별히 없다. 그래도 대사는 나쁘지 않았던 듯.


13. 기울어진 앵글이나 흔들리게 찍은 장면들이 종종 있었는데, 그런 게 좋았다. 가족들끼리 물놀이는 하는 장면에서도 시점숏처럼 보였다. 불안감을 잘 살려서 촬영한 것 같았다. 비주얼적으로 많은 실험을 한 게 좋았다.(촬영감독은 김동영)


14. 그래서 역병은 왜 생긴 건가. 물괴가 어쨌는데.


15. 신파적이진 않았다. 감정을 질질 끌지 않는 편.


끝.

매거진의 이전글 시리야, 쟤 좀 죽여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