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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Sep 23. 2018

자리를 잘못 잡은 <명당>

[리뷰]콕 집어 말하자면 자리 탓만은 할 수 없지만

<명당>은 역학시리즈 세 번째 작품임에도 그 후광을 이용하지 않으려 했다.

아마도 그 두 번째 시리즈 <궁합>의 처절한 실패 사례 때문이 아니었을까.

(관객들은 <궁합>에 너무 큰 기대를 했고, 영화는 그러지 않아도 완성도가 부족했는데, 기대가 커서 단점만 더 커보였다)

안타깝게도 홍보를 어떻게 했든 <명당>의 실패는 이미 선명해보인다.



<관상>에서도 그랬듯 <명당>에서도 지관(땅을 볼줄 아는 사람)의 말 한 마디에 중대사가 결정되곤 한다.

그들은 조선시대에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의 위치에 있다.

예를 들면, 선대 왕의 묫자리를 어디에 해야 할까에 대한 아주 중요한 문제까지도 말이다.

불로 시신을 태어 가루로 보관하는 화장이 이제는 더 익숙해진 우리에게

조상의 묫자리를 어디로 해야할지의 문제가 어떻게 느껴질까?

흥미로울까, 관심조차 없을까.

그건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소재는 그야말로 재료일 뿐이니까.

그럼 명당이 가지고 있는 패착은 무엇이었을까.



첫 번째, 능력이 구체적이지 않다.

영화에서 좋은 땅을 알려주는 지관의 능력은 무엇에 근거한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자식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걱정했던 가난한 백성에게 조승우는 책상의 방향을 벽이 아니라 문쪽으로 두라고 일러주는 등 요즘의 공간디자이너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모습은 공간이 사람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지식이다. 하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기운을 근거로 드는데 실제로 왕의 무덤에 물이 차거나 뱀이 생기는 등의 일이 발생하니 도대체 지관의 능력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지관의 능력은 굉장히 뛰어나서 다 맞춘다. 맞거나 틀리거나 하지 않고, 다 맞추며, 관객들도 조승우 지관이 틀릴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막강한 조승우의 능력 탓에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



두 번째, 캐릭터의 동기

조승우의 집안이 대대로 충성스러운 가문이었다는 것과 어떤 이름 모를 집단 때문에 아내와 자식이 죽었다는 것은 무엇에 관한 근거가 되는 가. 그건 조승우가 흥선과 함께 왕권 복구에 힘을 쓰게 되는 명분이 된다. 하지만 충성스러운 집안이었다는 것은 아버지가 충성스러웠지 조승우도 마찬가지로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아내와 자식을 잃은 것에 대한 복수심이라는 것도 누가 죽였는지 알아내고 그들을 죽이겠다가 아니라 왕의 권력을 높이겠다가 된다로 귀결되는 논리에는 힘이 없다.



지성이 흥선역에 캐스팅된 이유는 무엇일까. 감독이 지성의 얼굴에서 무엇을 봤기 때문일까.

흥선은 언젠가 자신이 권력을 잡기 위해 개같이 처참해질 수도 있고, 한순간에 상황을 뒤집어버리는 영민함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에 여러가지 욕망을 표현해야 하는 인물이다. 담대한 돌아이 같은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 지성은 젠틀해보였다. 첫등장에서 지성의 등장은 술에 취한 건지 발음이 이상한 건지 알 수 없을 정도였고, 맞지 않은 곳을 입은듯 어색해보이기만 했다.

그리고 흥선이 하려는 것이 대천자의 땅을 찾으려는 것 역시 허무맹랑하게만 보인다. 그게 그 담대한 돌아이의 계획이었던 말인가.



초중반까지의 악역은 백윤식이었다. 김좌근 역할을 맡은 백윤식은 여우 같이 교활한 모습을 보여줬고, 왕은 무기력하게 왕에게 당하는 모습들이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캐릭터를 죽여버린다. 힘들게 쌓아올린 캐릭터를 아들에 의해 죽게 두는데, 과연 그럴만했는가. 그 아들이 정말 아버지를 죽일만 했을까. 죽일 만큼의 권력욕과 동기를 캐릭터에게 주었는가.


초선 역을 맡은 문채원은 또 어떤가. 목숨을 걸고 흥선의 편에 서는 모습에 어색함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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