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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Sep 28. 2018

각자의 적당함이 만드는 나쁜 결말

영화 <죄 많은 소녀>를 보고 나서

슬프고 단단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영화를 보고 한동안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영화리뷰어가 직업도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영화를 볼 때면 사용하는 앵글의 특징은 무엇이며, 캐릭터의 욕망은 무엇이며 등을 분석하고 싶어하곤 한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어두워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영화관의 불이 켜지고 겨우 찾은 하나의 단어는 "전여빈"이었다.

처음 전여빈을 본 것이 어디서였더라. 그곳도 극장이었다. 삼성 스마트폰 광고의 여자 주인공이었다.

주인공의 얼굴을 가만히 보는데, 신비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할 말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쉽게 말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표정있지않나.

검색을 해보고나서야 그 사람이 전여빈이라는 것을 알았다.

머지않아 다른 작품에서 만나겠거나 생각했다.


<여자들> 중. 집나간 고양이를 찾는 여자로 출연했다.

정말 몇년 뒤 전여빈은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죄 많은 소녀>에서 전여빈이 연기한 영희는 그의 매력을 수도 없이 발견하게 도와준다.


2.

두 가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많은 죄의 항목은 무엇인가' '소녀는 누구를 지칭하는 걸까'

죄에 대해 묻기 위해서는 우선 소녀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에 대한 대답이 먼저 나와야 할 것 같았다. 얼핏보기엔 영화 속에서 죄를 추궁당하는 영희(전여빈)일 것 같지만, 영희 한 명을 가르키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단수로 사용되었지만, 특정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영화에 등장하는 소녀들 전부를 말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것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 말하고 우선, 영화의 줄거리부터.


친구들은 경민의 복수를 해준다며 영희의 집에 찾아가 밟아버린다.


경민이 실종되고 형사는 그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사람이 영희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취조 과정에서 영희의 거짓말이 드러나고, 모든 정황이 모두 영희를 가리킨다. 반 아이들과 선생님도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의미없는 조각들에 경민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아무도 경민의 말을 듣지 않는다. 결국 경민은 자살 시도를 하지만, 죽지 않고, 이제 친구들은 또 다른 희생자를 찾는다.


취조 과정에서 경민의 실종 사건을 듣는 영희.


경민의 실종 사건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점점 불길이 커지며 모두를 파괴시킨다.

파괴과정에서 나는 기분이 섬뜩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모두가 그렇게 비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형사는 형사의 일을 하고, 선생은 선생의 일을 한다.

모두가 적당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모두가 파괴된다.

이것이 무섭지 않나.


자살 시도 사건 이후 영희는 친구들과 전보다 더 가깝게 지내게 된다.


어떤 영화에서는 한 명의 악역이 세상을 파괴하려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정의롭고, 선하며, 악당만이 악하게 그려지지만

어디 세상이 그런가.

나쁜 결말은 수학 공식처럼 짜맞춰 도출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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