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가 Oct 27. 2018

이건 멜로가 아니다

[극장을 나와서] 트라우마를 지우지 못한 남자의 비극

1. 오프닝이 두 사람의 운명을 말해주고 있었다. 공연을 끝내고 남자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을 지나 고요한 차 속으로 들어간다. 팬들의 환호는 점차 희미해져가고 남자는 술을 병째 들이킨다. 술을 마시면서도 그가 찾는 건 술집이이었다.


2. 반대로 여자는 화장실에서 전화를 받으며 등장한다. 여자는 화장실에서 나와 그녀가 일하는 레스토랑 주방을 지나 술집으로 간다. 하지만 남자의 술집과 여자의 술집이 다른 이유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자는 공연을 하기 위해 간다. 팬들로부터 멀어져 혼자가 되는 남자 그리고 화장실 즉,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여자의 이야기. 그게 <스타이즈본>의 줄거리다.


남자는 여자의 삶을 지옥에서부터 끌어올리지만 정작 자신은 구출되지 못했다.


3. 마이크를 마주하고 사랑스럽게 노래를 부르는 둘의 모습과는 달이 이 영화는 한 남자가 깊은 어둠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허우적대는 영화다.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며, 무명가수가 꽃길을 걷게 되는 줄거리도 아니다. 남자는 어린시절 알콜중독자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고, 그림자에서 결국 벗어나지 못했다. 중요한 순간일 때마다 술을 마셨고, 실수를 했고, 주변 사람들은 한 명씩 떠나기 시작한다. 인생 마지막으로 손을 내민 사람이 그가 만난 여자였다. 그도 마지막임을 알았다. 그래서 더 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잭슨의 형이나 매니저 바비 역시 결국 그를 떠난다. 샘 엘리엇은 후반부 동생의 말을 듣고 급하게 차를 타고 떠나느데, 그 연기는 최고 명장면이었다.


4. 남자는 벗어나지 못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를 자살로 내몬 건 악의에 찬 말이 아니었다. 인생에서 찾아오는 대부분의 비극처럼 각자가 자신의 업무에서 최선을 다할 때 생겨나는 비극이었다. 여자의 매니저는 남자에게 다신 술 마시고 실수해서 자신의 아티스트를 방해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남자는 알콜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요양원에 있다가 나온 지 오래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 말을 듣고 확신하게 된다. "언젠가 다시 술을 마시게 될 것"이라는 매니저의 말이 틀리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결국 남자는 목을 멘다. 어렸을 때 아버지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 자살시도를 했던 것처럼.


5. 남자에게는 여자와 함께했던 고작 몇년의 순간이 빛나는 순간이었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악당보다 착한, 영웅보다 잔인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