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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Oct 28. 2018

<매거진 컬처> 오늘, 한국 잡지의 최전선

에디터의__ 밑줄긋기활동

대부분의 발췌는 에스콰이어 민희식 전 편집장(책이 나왔을 당시엔 현 편집장)의 말 중에서 했음을 밝힘. 책이 나온 시점은 2012년.


출처: 매거진 컬처: 오늘, 한국 잡지의 최전선

출판사: 프로파간다


<에스콰이어>는 다른 잡지와 어떻게 다른가?

<에스콰이어>의 장점은 어떤 특정집잔의 생각을 대변하기보다는 우리시대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에스콰이어적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데 있다. 에스콰이어적 시각이라는 것은 편견과 독단이다. 나는 객관적 사실을 믿지 않는 사람이기 대문에 에디터들의 주관적 시각에 의한 편견과 독단이 독자들로부터 설득력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편적 정서가 아닌, 독자들에게 뭔가 독특한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 소스가 되고 싶다. 그 독특한 시각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나를 비롯한 에디터들의 편견과 독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잡지, 무엇이 문제일까?

에디터들이 문제다. 잡지 선진국의 시스템을 보면 그들은 전문가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에디터 열댓 명 모아놓고 잡지를 만들지 않나. 대학 갓 졸업한 친구들이 뭘 쏟아내겠어. 기획력도 떨어지고, 필력도 떨어지고, 삶에 대한 경험도 없다 보니 깊이도 떨어진다. 전반적으로 텍스트의 질이 떨어진다. 그림은 감각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몰라도 텍스트는 그렇지 않다. 글에는 필자가 살아온 삶이 그대로 묻어난다. 또 경력도 미천한 사람들이 무수한 원고에서 옥석을 가려낸다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 잡지의 가장 큰 문제는 전반적으로 콘텐츠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콘텐츠 만드는 사람들의 질이 떨어져서 그렇다.


에디터의 소양으로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인문학적 소양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미니스커트가 유행한 것에 대해 신문이나 방송은 언제나 윤복희라는 특정 연예인을 개입시킨다. 윤복희라는 가수가 60년대 말 우리나라 최초로 미니스커트를 입고 들어와서 미니스커트가 유행하기 시작했다고말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신문이나 방송은 미디어의 역할이 크다는 걸 강조하고 싶기 때문에. 하지만 윤복희가 미니스커트를 입지 않았다면 그때 우리나라에서 미니스커트가 유행하지 않았을까?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미묘한 시차가 있을 순 있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트렌드를 막을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과연 왜 1960년대 말에 우리나라에 미니스커트가 유행하게 됐을까. 그건 히피니즘의 영향이다. 사고가 패션으로 표현된 것이다. 내면적 사상을 밖으로 표출하는 방법 중 하나가 패션이기 때문이다. 장례식에 빨간 옷을 입고 가지 않는 건 하나의 사회적 약속이다. 패션은 그 사회를 이루는 사람들의 묵시적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지금 유행하는 패션이 사회학적으로 어떤 유착관계와 역학관계를 갖고 있는지 읽어내기 위해선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 나는 기획회의 할 대도 자주 물어본다. 왜 그게 유행인데? "그냥 유행인데요" 이러면 나한테 혼난다. 사회과학적으로 설득 시켜줘야 한다. 그걸 에디터들이 기본적으로 인식하고 있어야 독자들에게도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다. "해골 문양 셔츠나 액세서리가 유행이래요." 왜? "연예인들이 많이 입고 나와요." 이건 아니라는 거다. "사람들이 전쟁에 식상해 하고 반전을 간절히 원할 때 해골 문양이 유행합니다. 그래서 월남전이 끝나갈 무렵 히피룩의 하나로 등장했고, 이라크 전쟁 때 다시 유행하기 시작하는 등 사람들이 전재엥 환멸을 느낄 때마다 해골 문양이 유행해요." 이 정도로 30분은 떠들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이런 사회과학적 원인들이 패션에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 무수히 많은 디자이너가 시즌마다 무수히 많은 룩을 선보이는데 이게 다 유행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의 묵시적 합의에 의해 유행하는 것들이 있다. 에디터는 그걸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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