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보일 뿐이겠죠, <군산>

영화 <군산> 리뷰

영화 <군산>

출연: 박해일, 문소리, 정진영, 박소담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건 장률 감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가 예전에 발표했던 영화 <경주>를 보며 이렇게 별일 없이 재밌는 영화가 또 있을까 싶었다. 그 이후에 발표한 <춘몽>을 보지는 못했지만, <경주> 이후의 작품을 항상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것 같다. <군산>은 <경주>처럼 낯선 도시를 우연히 방문하게 된 여행자가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군산>은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던 남자와 여자가 갑작스레 군산으로 내려가 겪는 일을 다루는 영화다. 장률의 페스소나가 되어가는 박해일과 문소리가 두 주인공이다. 하지만 영화는 사랑에 대해 애기하지 않는다.  편견을에 대해 말한다.

반복되는 대사와 행동이 있었다. 문소리는 식당 아주머니에게 "이런 곳에서 식당하고 계실 분처럼 보이지 않는데"라고 말하고, 주인은 문소리에게 "식당할 것 같이 생긴 얼굴이 있나요"하고 말한다. 보여지는 것과 실제의 괴리감은 줄거리가 진행되는 내내 여러 사람의 말로 발화된다. 반대로 웬 조선족이 자신을 조선족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장면들이 보여지는 것과 사실에 대해 일관적인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는 실제에 접근하는 법이 정반대에 가깝다. 여자는 무례하다 싶을 정도로 언어로 소통하려고 하며 남자는 침묵으로 마음을 연다. 남자의 의도가 소통을 위한 침묵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다.

플롯도 독특하다. 기승전결에서 '기'가 뒤에 배치되어있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낯선 쾌감을 느낄 수 있다. 후반부에 갈수록 드러나는 평범한 대화는 '아!'하게 만든다.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이 떠올랐다.

이 영화 역시 군산에서 하는 거라곤 동네를 구경하고, 주민들을 관찰하는 것뿐이지만 그 안에 긴장감이 있다. 무섭기도 했다가,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비슷한 영화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번 마감이 끝나면 <춘몽>을 빨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