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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Nov 29. 2018

김혜수라는 배우는 도대체

[영화 감상문] <국가부도의 날> 리뷰

김혜수라는 배우는 도대체 어떤 배우인가.

영화가 끝나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것만 생각났다.


<국가부도의 날>이 메시지와 교훈과 재미, 모든 것이 덮여질 정도로 김혜수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보는 것에 깊이 빠져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종종 카리스마 있는 배역을 맡았지만  <차이나 타운>의 잔혹한 보스보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팀장에서 더 압도되었다.


<마약왕>의 송강호, <PMC:더 벙커>의 하정우 등이 벌이는 연기승부가 겨울시즌의 관전포인트였는데, 잠시 잊고있었던 것 같다. 우리에게는 김혜수라는 배우가 있었음을.


영화는 조심스럽다. <빅쇼트>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과 대사들을 그대로 따라하지 않으려 하지만, 이미 <국가부도의 날>을 한국판 <빅쇼트>로 인지한 관객들이 있는 탓에 자연스레 떠올랐다. 일단 국가적 위기를 놓고 막으려고 하는 사람과 배팅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설정이 그러했다. 이런 대조되는 설정은 <국가부도의 날>에서는 조금은 약하게 그리고 있다.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을 중요하게 부각시키지 않으며 '무능한 정부관료vs유능한 주인공'을 메인 구도로 끌고간다. 또 무너지는 서민을 대표하는 캐릭터 갑수(허준호)의 존재 또한 큰 차이다. 갑수 캐릭터로 인해 관객들은 IMF라는 현상을 객관적으로 보기보다는 감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것은 장점인가 단점인가.


특히 이장면은 <빅쇼트>를 많이 떠올리게 했다. <빅쇼트>에서도 손에 꼽히는 핵심적인 대사이기 때문이다. 부자가 됐다고 좋아하는 팀원 오렌지(류덕환)에게 종학(유아인)은 뺨을 때리고 "부자 됐다고 너무 좋아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건 <빅쇼트>의 브래트 피트가 "춤은 추지 마"라고 하는 장면에 대한 오마주인건가. 그런데 그 대사가 끝나자 마자 종학(유아인)은 계급을 바꿀 기회가 되었다며 앞의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 대사를 쏟아낸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애매한 캐릭터는 종학이다. 부자가 되겠다는 야망과 망해가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동시에 있는 인물인데 그 간극이 부드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연기가 나빴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종학이 나오는 장면에서 어설픈 장면들이 많은 나온 이유는 왜인지 안타깝다. 초반에 중요한 장면 중에는 왜 대한민국이 부도가 난다고 생각하는지 설명하는 장면이 있는데,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편집의 문제이거나 연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나만 이해못한 걸 수도 있다)


이 영화는 IMF 전후로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의 사람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속 대사아기도 한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서민은 더 가난해지는"것 뿐만이 아니다. 중소기업 사장들은 자살을 하고, 자살하지 않은 사람(영화에서는 허준호)은 착한 사람에서 악독한 사장으로 변한다. IMF는 마음마저 가난하게 만들었다.


경제 관리들의 무능만이 나오는데, 대통령이었던 김영삼의 무능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단 한번 뒷모습이 나올 뿐인데 "잔치는 끝났다. 이긴가"라고 말하는 딱 한 장면. 고인이 된 사람에 대한 예우차원인지 무엇인지 조심스러워보였다.

+

킬링파트는 새로운 경제 수석 김홍파가  싸움을 말리며 하는 말 "동인과 서인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진지하게 말하며 웃기는 연기는 김홍파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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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캐릭터는 단연코 김혜수 그리고 한 명도 꼽자면 조우진. 시니컬하고 귀찮고 얄미운 연기는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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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이 이끄는 팀원들의 호연이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다. 박진주가 어떤 예능에서(아마도 라디오스타) 이마 얘기를 해서 이마가 계속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고, 조한철 역시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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