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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Feb 0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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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뮤지컬배우 최지이 인터뷰

사람들은 드라마를 좋아한다. 주인공이 갑자기 스타가 되거나 몰락하는 드라마.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은 이유다. 서바이벌 오디션은 리얼리티와 드라마를 골고루 갖춘 쇼다. 드라마가 주는 극적인 쾌감이 한 사람의 고생스러운 인생과 결합하여 각본 없는 드라마로 탄생한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을 뽑는 오디션프로그램 <캐스팅콜>에 1200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최지이가 스칼렛 오하라 역에 최종 캐스팅되며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었다.


누군가는 최지이를 갑자기 등장한 신데렐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녀는 항상 무대 위를 지켜온 실력파 배우다. 심지어 2007년 일본 극단 사계에서 <오페라의 유령> 크리스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마리아 역을 맡는 등 주연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사계의 막내로 들어간 최지이는 세탁을 하고 분장실을 청소하고 물을 끓이는 일을 하며 동시에 연기를 배웠다. 그리고 1년 만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마리아 역을 맡으며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녀는 일본에서의 성공을 뒤로하고 2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한국어로 공연하는 무대가 그리웠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계속 살 것이 아니라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일본어를 구사하는 한국인이 아니라, 완벽히 일본인처럼 말해야 했기 때문에 언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거든요. 대사를 기억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도 항상 시달렸죠. 가끔 준비되지 않은 채로 무대에 올라가는 악몽을 꾸는데, 그 무대가 매번 사계에서 했던 <오페라의 유령>이에요.”


한국으로 돌아온 최지이는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역으로 데뷔했지만, 그 뒤로는 순탄치 않았다. 역할이 들어오지 않았고, 오디션을 봐도 캐스팅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최지이는 “실력 때문”이라며 담백하게 털어놓는다. “제가 생각해도 배우로서 부족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죠. 뮤지컬 <모차르트>의 앙상블로 들어갔는데, 작은 역할이지만 선배님들과 같이 작품을 하면서 배울 점이 많았어요. 그런 경험 덕분에 기회를 얻어서 뮤지컬 <명성황후>의 명성황후 언더스터디로 캐스팅되기도 했고요.”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꾸준히 무대에 올랐지만, 오디션을 통과하지 못했다. 실력을 키우고 싶었지만, 한계에 부딪혔고 자신감이 계속 떨어졌다. <캐스팅콜>에 지원했던 이유 역시 그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았다. “직업 특성상 항상 새로운 사람들에게 평가를 받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자신감이 없어지다 보니 낯선 사람에게 나를 보여주는 것이 망설여졌어요. 그런 두려움을 깨고 싶어서 <캐스팅콜>에 나갔어요. 저를 어떻게 생각하든 이제는 대중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용기를 낸 거죠.”



최지이는 프로그램에 지원하면서도 우승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나이와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불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무대를 선보일 때마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 배우’ 라는 호평을 들으며 결승 무대까지 올라갔다. “그래도 우승은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네티즌 투표순위가 제일 낮아서 마음 비우려고 했죠. 심지어 저도 실수로 다른 후보한테 투표를 했거든요(웃음).”


최종 우승자로 ‘최지이’ 세 글자가 호명되자 수상소감을 말할 수 없을 만큼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중학교 때부터 음악을 시작해서 꽤 오랫동안 노래를 해왔는데도, 실기시험을 치면 항상 25명 중에 16등 정도 했어요. 뮤지컬에서도 언더스터디였고요. 살면서 처음으로 1등을 한 거죠. 그래서 더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최지이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뮤지컬이다. 허드렛일을 하며 무대에 올랐던 타지 생활, 앙상블부터 시작하며 연기를 연습했던 한국 생활 그리고 두 달 간의 공개 오디션을 통해 거머쥔 배역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연기할 스칼렛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극 중 스칼렛은 역경이 많고 기구한 인생을 살지만 강한 의지를 가지고 이겨나간 캐릭터라는 점에서 최지이와 닮았다.


최지이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동료에게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지금까지는 차분한 역할을 많이 했지만, 어떤 배역을 맡더라도 완벽하게 해내고 한계를 짓지않는 빈틈없는 배우. 그는 ‘최지이가 한 권의 책이라면, 이제 몇 페이지쯤 쓴 것 같느냐’는 질문에 이제 겨우 50페이지 정도라고 답했다. 그녀의 남은 페이지에는 어떤 이야기로 채워질지 벌써 궁금해진다.


출처: http://theartpark.co.kr/201806_%EB%B0%B0%EC%9A%B0%EC%B5%9C%EC%A7%80%EC%9D%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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