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쉬락 인터뷰
비가 내리면 날에는 하던 일을 멈추고 게을러지곤 한다. 애쉬락(Ashrock)의 음악에는 그와 같은 나른한 분위기가 담겨 있다. 노래는 지금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만 게을러지는 건 어떠냐고 속삭인다. 가사 속에는 회색 구름을 보며 빈둥대는 사람이 있고(‘Rainzy’), ‘나 지금 뭐 하는 거지, 근데 이 정도면 잘 하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를 위로하는 사람이 있다(‘뭐다냐’). 보컬 겸 색소포니스트 장시락을 주축으로 모인 재즈 기반의 5인조 밴드 애쉬락은 그들이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와 좋아하는 소리로 디스코그라피를 천천히 채워 나가고 있다.
애쉬락은 어떤 음악을 하는 밴드인가요?
장시락:음원 사이트에는 재즈, 인디팝을 다룬다고 적혀 있던데, 정확히 어떤 음악의 밴드라고 정의 내리기는 어려워요. 저희가 하고 싶은 음악을 추구하다 보니 장르불문하고 다양하게 작업하고 있어요. 보사노바 밴드가 아님에도 지금 발매한 다섯 곡 중 두 곡이 보사노바 스타일인 것처럼요.
다섯 멤버는 어떻게 모이게 되었나요?
장시락:전 대학교를 미국에서 다니면서 경영학을 전공하다가 음악이 하고 싶어서 무작정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드럼 치는 (홍)영훈 형을 알게 된 것을 시작으로, 서로 아는 친구를 부르면서 하나둘씩 합류하다 보니 5인조 밴드가 됐어요.
지금까지 발표한 곡 중 각자 마음에 드는 곡을 하나씩 꼽아본다면요?
강형구: 저는 ‘Cruising’이라는 곡이요. 시락이가 곡을 썼는데, 드라이브하거나 여행하면서 듣기 좋은 노래예요. 바닷가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드라이브하는 기분을 표현하는 곡인데, 그 느낌이 곡에 잘 실려있는 것 같아요.
송명준: 저는 ‘Rainzy’라는 곡을 좋아해요. 보사노바풍으로 진행되는 앞부분이 비 오는 분위기를 잘 표현하다가, 뒤에서는 압도적인 악기 사운드가 나오며 분위기가 확 변하거든요.
장시락:최근에 서사무엘 씨가 피처링을 한 ‘뭐다냐’라는 곡을 발표했어요. 처음으로 다른 아티스트랑 작업을 해서 의미가 있기도 하고, 우리끼리 완성도를 높이려고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노력했던 곡이라 애착이 가요.
황상진:저도 ‘뭐다냐’. 제가 혼자 연주하는 피아노 솔로 부분이 있어서요(웃음).
멤버들:왠지 그 얘기 할 줄 알았어(웃음).
‘시소’, ‘cruising’, ‘ready to fly’ 등 몇몇 곡의 제목에서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이미지가 공통적으로 떠올라요. 제목을 어떻게 짓나요?
장시락:제목은 제일 마지막에 지어요. 가사를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상징적인 단어를 찾아요. 가사와 곡을 다 쓰고, 노래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제목으로 정하려고 노력하죠. 제목이 첫 인상이기 때문에 정하는데 오래 걸려요. 가사 보다 제목을 짓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일 정도로요.
‘Rainzy’는 제목처럼 비 오는 날에 어울리는 곡인데, 애쉬락의 다른 노래는 어떤 때 듣기 좋은 노래일까요?
황상진:‘시소’는 하루의 일을 끝냈을 때 들으면 좋아요. 시소 가사 중에 ‘내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밖에 날고뛰는 놈들이 너무 많아… 그럴 땐 I tell my self 비가 온 후에는 해가 뜰 거야’라는 가사가 있는데, 학교나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때 들으면 힘이 될 것 같아요.
애쉬락의 음악을 색에 비유하자면 어떤 색깔일까요?
홍영훈: 애쉬락은 아이보리색 같은 밴드예요. 아이보리라는 색깔은 어떤 옷에도 매치가 잘 되는 느낌이 있잖아요. 때로는 차분해 보이지만 반대로 활발해 보일 때도 있고요. 애쉬락 로고를 보면 검은색 텍스트에 배경이 아이보리색이에요. 시락이가 좋아하는 색깔이 아이보리이기도 하고요.
애쉬락은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요?
장시락:대중적으로 성공해서 돈과 명예를 얻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작품뿐이라는 생각이에요. 나중에 들어도 창피하지 않은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대충 만든 음악이 아니라 몇 번씩 뒤집어가며, 멤버들끼리 싸운 흔적들이 느껴지면 좋겠어요. 그래서 들었을 때 ‘20대의 애쉬락은 이런 심정이었구나’ ‘30대 애쉬락은 이런 태도를 지녔구나’를 알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