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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Feb 03. 2019

색채를 찾는 길

뮤지컬 <빨래> 뮤지컬배우 진태화 인터뷰


언제부턴가 오디션 앞에는 ‘서바이벌’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TV에 나오는 멋진 아이돌이 되고 싶은 중학생, 고등학생은 서바이벌 오디션에 지원했다. 최종 우승자는 생존하고, 호명되지 못한 아이들은 탈락했다. 하지만 우승자에게도 꽃길만 보장된 건 아니다. 성공가도만 달릴 것 같은 우승자 중 많은 사람들이 무대와 멀어져 가는 경우도 많았다. 배우 진태화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진태화는 2005년 오디션프로그램 <레츠 코크플레이 배틀신화>를 통해 데뷔했다. 그룹 신화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제2의 신화를 뽑는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모았고, 2006년 데뷔해 세 장의 앨범을 냈다. 하지만 진태화는 대중적인 인기는 없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후 솔로 가수로 변신해 ‘타락천사’라는 앨범을 내기도 했지만 그것이 마지막 앨범이 되고 말았다. 그는 자신이 가수로서 성공하지 못한 것이 목소리에 특색이 없어서라고 스스로를 자책했다. “기본적으로 노래를 잘 해야겠지만, 대중이 노래를 들었을 때 누구의 목소리인지 귀에 잘 들어오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나 단점이라고만 생각했던 평범한 음색이 오히려 그를 뮤지컬로 이끌어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배우 김준수 형의 한 마디가 큰 힘이 되었어요. ‘뮤지컬에서는 음색이 튀면 캐릭터가 한정될 수 있으니까, 오히려 너의 목소리가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요. 형의 조언이 덕분에 뮤지컬에 도전할 수 있었죠.” 그렇게 그의 2막이 시작되었다.


뮤지컬 배우로서 이제 3년차를 맞이한 진태화는 매번 다른 색의 배역을 맡으며 무대에 오르고 있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시인 백석 그리고 <록키호러쇼>의 순진한 청년 브래드, <빨래>의 외국인노동자 솔롱고까지. “제가 원래 연기를 했던 사람이 아니고, 노래를 먼저 했던 사람이다 보니 연기 경험이 부족해요. 그래서 캐릭터에 한정을 두지 않고 출연하고 있어요.” 그는 솔롱고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말투와 발음 등 까다로운 점이 많았지만, 한 장면이 특히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공중전화로 사장님에게 밀린 임금을 달라고 화를 내는 장면이 있어요.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죠. 나는 약자인데 강자에게 화를 내면 어떻게 돈을 받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장면은 추민주 연출가님과 대화하면서 이해하게 됐어요. 내가 돈을 보내지 못하면 몽골의 가족들이 생계유지를 못할 수도 있잖아요. 나 혼자 가난해지는 것과는 다른 거죠. 이해가 안 갈 때마다 연출가님에게 물어보면서 도움을 받았어요. 배우가 공감을 해야 관객에게 표현할 수 있고, 그래야 관객들이 연기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극 중 솔롱고가 겪는 사건은 크게 두 가지다. 임금체납에 관한 생존의 문제 그리고 나영과의 사랑. 나영과 솔롱고는 힘든 일을 겪는 중에도 사랑에 빠진다. 무엇이 그들의 사랑을 가능하게 한 걸까. “옥상에서 나영을 처음 보고 반하는데 그건 사랑이라기보다는 호감이었겠죠. 나중에 나영에게 ‘나는 불법체류자에서 경찰서에 가면 안 돼요. 나는 참아요. 근데 사람이라서 아파요’라며 힘든 걸 처음 털어놓는 순간이 있어요. 그때 나영은 ‘나도 힘들어요. 월급은 밀리고 성희롱 당하고 나도 어쩔 수 없이 참고 살아요’라고 답하는데, 그때 솔롱고가 동질감을 느껴요. 그때가 바로 사랑으로 바뀌기 시작하는 순간인 것 같아요. 호감과 사랑은 분명 다른 감정이니까 연기를 할 때도 구분하려고 노력하고요.” 그는 회를 거듭할수록 세밀한 감정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장기공연인 <빨래>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제가 집주인 아저씨한테 맞는 장면이 있는데 나영이의 감정도 처음에는 아저씨를 무작정 말리는 거였다가 나중에는 왜 이 사람을 때리는 걸까, 하는 감정들이 생겨요. 행동은 같아 보여도 감정들에서는 차이가 있죠. 처음에는 대본에 정해져 있는 것들만 연기하려 했다면 배우들끼리 호흡을 맞출수록 그 장면 안에서 숨어있는 감정들을 찾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빨래>는 진태화의 성장을 증명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그는 <빨래>의 2016년 오디션에 한 차례 지원했다가 서류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다. 그는 “탈락한 이유가 너무 궁금한데 아직까지 못 물어봤다”며 겸연쩍게 웃는다. 분명한 건 탈락한 2년 전에 비해 진태화가 더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는 연기를 하기 전에는 외로웠고, 연기를 시작했을 땐 두려웠지만, 이제는 연기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배우들이 서로 연기의 호흡을 느끼는 순간이 즐거워요. 상대방으로 하여금 저의 반응이 나오고 그 반응으로 다시 리액션이 나오잖아요. 그게 호흡이 주는 즐거움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독백보다는 서로 주고받는 연기가 더 재미있더라고요.” 진태화의 2막이 씩씩하게 흐르고 있다.


출처: http://theartpark.co.kr/201809_%EB%B0%B0%EC%9A%B0%EC%A7%84%ED%83%9C%ED%9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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