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가 Feb 03. 2019

로빈의 로드무비

넷플릭스 <DC타이탄>

<배트맨>에게는 몇 명의 로빈이 있었다. 1대 로빈 딕 그레이슨, 2대 로빈 제이슨 토드 등.

그러니 로빈이라는 이름은 '달라이 라마'같은 것이다. 달라이 라마가 이름처럼 보이지만 위치를 나타내는 말이듯 로빈은 정체성이 아니라 마스크였던 것이다. DC유니버스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배트맨 옆에 있는' 로빈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히어로 옆에 있는 사이드킥 정도로 생각했을 뿐. 이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1대 로빈 딕 그레이슨 <DC 타이탄>에서는 로빈을 그만둔 상태.

어떤 일인지 정확히 서술되지 않지만, 로빈은 배트맨을 떠났다. 이유는 모른다. 어떤 사건 때문인지, 둘의 감정적인 갈등 때문인지, 로빈의 일방적인 고뇌가 원인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로빈은 "그 사람을 존경했지만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조금씩 언급되는 속마음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딕은 마스크를 쓰고 로빈으로 활동을 하며 조금씩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진행되며 딕은 외부의 적뿐만 아니라 내면의 적과도 싸워야 한다. 그 이유는 딕의 선천적인 성격 때문일 수도 있고, 유년기에 겪었던 충격 때문일 수도 있다.(딕이 어린 시절, 부모님은 서커스 공연 중 하늘에서 떨어져 죽었고, 딕은 그 현장을 목격했다)

가필드, 레이첼, 딕, 코리

어떤 이유에서든 딕은 혼자가 편하고, 함께 어울리는 데 능숙하지 못하다. 갑작스레 돌봐야 할 사람(레이첼)이 나타나지만 딕은 자신은 가족을 이룰 수 없는 사람이라며 먼저 멀어지려 하기도 한다. 내적인 문제는 딕 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동료 코리는 기억을 잃어버려 자신이 누군지 모르고, 레이첼은 통제 되지 않는 힘과 그 힘을 이용하려는 세력들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만들었다.


이 영화는 로드무비처럼 보이기도 한다. 서로 알지 못했던 네 사람에게는 각자 말 못할 고민이 있고, 어쩌다 함께 길을 떠나게 된다. 불신에서 신뢰로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네 사람은 자기 자신이 누군지 점점 알아가게 된다.


덧,

어떤 시청자들은 어설픈 CG를 감추기 위해 화면은 일부러 어둡게 했다는 점이 아쉽다곤 하지만, 그리 큰 흠이 되진 않는다. 어설픈 CG는 어두울 때나 밝을 때나 모두 티가 나고, 그게 거슬린다면 보지 않는 편이 낫다. 녹색 호랑이나 스타파이어가 불을 쏘는 장면에서 특히 '에이..저게 뭐야'하게 만드는데, 뭐 어때. 나는 이런 점에서는 관대한 편이다.


작가의 이전글 여행에 대한 나의 근황과 변화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