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 영화로운 다이어리
<블랙미러> 시즌 5를 봤다. 이런 분위기의 드라마는 내게 높은 정신력을 요구한다. 단순히 쫓고 쫓기는 스릴러물 이상의 정신력. <올드보이>를 어린 시절 봤을 때의 느낌. '대통령과 돼지' 에피소드가 대표적이고, 시즌 5의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역시 그 예라 할 수 있다. 속이 안 좋아진다. 그런 상황은 너무 먼 미래가 아닌 근미래. 일 년 뒤에도 벌어질 것만 같은 상상들을 다룬다.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게임의 이름이다. 현실 세계에 대응하는 말들은 스트리트 파이터, 킹 오브 파이터즈 정도가 되겠다. 아무렇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 제목이 에피소드가 끝났을 때는 기괴하게 느껴졌다. 이 게임 안에 현실을 위협하고 심지어는 파괴하는 가상이 있기 떄문이다.
나는 무엇 때문에 나로 존재하는 것이며, 나는 누구인가. 고대 그리스부터 질문했던 철학자들의 질문은 현실세계에서만 가능한 건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지켜야 할 정언명령 같은 것들, '사람을 죽여서는 안된다' 같은 이야기는 죽여도 죽지 않는 세계에서도 유효할까. 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도둑질을 하지 말라, 그런 말은 유효할 수 있을까. 가짜가 진짜에 가까워질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궁금하면서도 두렵다.
ep.2 '스미더린'은 근미래가 아닌 현재를 담고 있다.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큰 회사가 된 SNS는 페이스북을 떠오르게 한다. 사람들을 이어주겠다고 시작한 SNS 때문에 죽는 사람들이 생긴다. 하지만 정말 SNS 때문에 죽었느냐는 좀 더 다른 질문. 다르게 생각하면 사용자의 부주의일 수도 있다. 총이나 칼처럼. 그렇다면 SNS는 가면으로는 웃고있지만 그 안으로는 위험한 얼굴을 하고 있는 악마일 수도 있지 않을까. 총이나 칼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과 달리 겉으로는 괜찮아보인다는 것.
이야깃거리가 많은 에피소드는 ep.1이었고, 2편은 잘 만든 상업 스릴러 한 편처럼 느껴졌다. <폰부스> 같은, ㅡ큐브>같은. 범행의 동기나 상대역이 색다르다는 점이 흥미롭기는 했다. 3편의 전개나 캐릭터 설정이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