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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Jul 07. 2019

<여행의 이유>를 읽었다

<여행의 이유>를 읽었다. 김영하 작가가 쓴 산문은 처음이었다. 일상을 기록한 에세이임에도 긴장감이 느껴지는 이야기 구조는 그의 소설 한 편을 읽는 것 같기도 했다. 추방되는 이야기, 중국 여행 이야기 등이 그랬다. 결말 -> 시작으로 시간 순서를 바꾼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내가 평소 에세이를 한 번에 다 읽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수록된 편수가 많아서다. 작가의 세계에 몰입했다가 빠져나오는 과정은 간접적인 경험이지만 피로해지는 건 금방이다. 많은 에세이가 그렇게 구성되어있다. <여행의 이유>는 9편으로 구성되어있다. 200페이지 가량되는 책이니 한 편이 꽤 긴 셈이다. 중간중간에는 번호를 붙여 글을 분류하기도 했지만 같은 주제 안에 묶여있다. 이런 작업은 작가의 역량 덕분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단편적인 생각을 나열하는 모 에세이 작가라면 어려웠을 거다. 길게 쓸수록 흠이 크게 보일 테니까.

<여행의 이유>가 제목이지만 이 책은 정통 여행 에세이 같지는 않다. 정통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사실 나도 정통이 뭔지는 모른다.

여행에 대해 말하는 책이지만 여행을 다녀온 뒤 쓰는 에세이는 아니다. 내 마음대로 제목을 바꿔본다면 '여행에 관하여'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여행 에세이를 많이 읽어보지는 않아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은 매대에 놓인 책을 가볍게 본 것에 불과하니까. 다만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에 대해서 말하기보다는 왜에 초점을 맞춘 책처럼 느껴진다. 비중이 그렇다는 거다. 난 이것이 좋고 나쁨의 문제는 아니고 스타일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지에서 어디서 뭘 했는지 생생하게 보고 싶은 궁금한 독자라면 이 책과는 맞지 않을 거다.

책을 읽기 전에 KBS2 <대화의 희열> 김영하 편을 봤는데, 거기서 말한 에피소드가 많이 나와서 놀랐다. 그리고 말을 재미있게 하는 작가라 그런지 방송에서 들려준 얘기도 재미있었다. 책을 사지 않을 거라면 그 편을 보는 것도 좋겠다. '나는 여행을 왜 떠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핵심적인 대답은 거의 나오는 것 같다. 심지어는 책에 나오지 않는 에피소드도 방송에는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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