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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Sep 21. 2019

답답한 주인공이 비틀즈를 망치는 케이스, <예스터데이>

사람은 누구나 버벅댈 수 있다.

어찌할 바를 몰라서 실수를 하거나 망설이다가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하지만 상업영화에서는 정도껏해야 한다.

아무리 주인공의 캐릭터가 소심하거나 용기가 없다고 하더라도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계속 그런 말과 행동을 보인다면 관객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더 최악의 상황은 그런 웅크림을 참아가며 후반부에 빵!하고 터뜨려주겠지하는 기대를 와장창 깨뜨리는 경우다.

<예스터데이>가 그렇다.

주인공 잭은 일곱 살 때부터 알고 지낸  엘리와 사랑과 우정 사이에 있는 인물인데 둘 다 우정인 척하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사랑임을 알고 캐릭터다. 무려 썸을 10년 이상 탄 이 사람들을 보며 "그래 그럴 수 있어" 생각한다. 하지만 엘리는 자신을 사랑해주길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기회가 왔을 때는 거절한다. 어떤 감정선인지 대사를 들으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선이 툭툭 튄다. 그리고 엘리는 다른 남자 개빈을 사귀게 되는데, 마지막에 잭이 콘서트에서 고백을 하자 (말은 안 했지만)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때는 망설임 없이 사랑을 확인한다.

엘리는 잭이 선택하게끔 상황을 만든다. 미국으로 돌아가면 슈퍼스타가 되는 것이고, 영국에 남으면 자기와 함께 할 수 있는 것. 옛날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나야? 성공이야? 선택해 같은 상황이 참 당혹스럽다. 사랑해주길 기다렸다는 말도 구시대적이고 촌스럽지만 캐릭터 성격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영국과 미국이 그렇게 먼 나라는 아니지 않나?

엘리의 잭이 복잡한 감정선이 이어지는 동안 잭은 뭘 했냐고? 잭은 엘리보다 더 수동적이다. 그가 슈퍼스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엘리의 응원을 받아 포기하지 않고 음악을 했기 때문인데, 어느날 전 세계에서 비틀즈의 노래가 사라지고 자신은 비틀즈의 노래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력이 아닌 운으로 성공을 얻은 케이스.

그 뒤로는 비틀즈의 음악을 기억해내고 여기저기서 노래를 부르고 음반 기획사와 계약을 맺는데, 준비가 하나도 안 되어있다. 이 가사는 어떻게 쓴 거냐는 질문은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받을 질문인데 당황하며 버벅인다. 헤이 주드를 쓴 배경을 친구의 아들을 위로해주기 위한 노래라고 소개했는데, 이걸 시골 사람들이 "친구 누구? 아들 누구?"라고 묻는다면 금세 들통날 허술한 거짓말이다. 이 장면에서 어릴 때부터 친구이자 매니저인 인물이 이상하다는 듯이 한번 쳐다본다. 주인공의 허술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에드 시런과 10분 안에 작곡을 해서 연주하는 작곡 대결을 펼치는데 주인공은 작곡이며 작사를 너무 완벽하게 해버린다. 미리 써놓은 곡은 하지 말자고 규칙을 말했는데도 그렇게 잘 해버리면 들통나지 않을까. 주인공에게는 전략이라는 게 없어보인다. 이런 걸 순수함이라고 이해해야 하나?

아무튼  잭과 엘리가 서로 잠자리를 가질 뻔한 그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흐지부지되고 그 다음 날 엘리를 봐야겠다며 기차역으로 가서 가까스로 엘리를 만나는데 왜 그렇게 찾은 건지 별로 하는 말이 없다. 엘리가 "우리는 실수를 했고, 상황이 더 복잡해졌고, 너는 선택을 해야 되는데 난 네가 가길 바라고, 그럴 거 아니냐 와다다다" 말을 하는데 잭은 또 버벅댄다. 기차역으로 뛰어가는 동안 어떤 말을 할지 정하지도 않은 채 그냥 간 거였나? 최소한 미국으로 같이 가자 정도는 말할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였다. 결국 별말 없이 엘리의 마음만 아프게 한 뒤 미국으로 성공을 찾아 떠나가버린다. 뭐지?

주인공의 무책임함은 마지막 장면에서 종지부를 찍는다. 무대에 올라가 자신의 곡들이 비틀즈의 노래였고, 수익금은 받지 않겠다고 매니지먼트와 상의하지 않은 채 발표해버리는데, 이런 행동은 투자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너무 철없는 행동. 그리고 매니저는 잭에게 따지기 위해 뒤늦게 무대를 빠져나가는 걸 따라가는데 가로 막히고 화난 표정 클로즈업. 이 상황에서 매니저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왜 악역처럼 연출한 건지 모를 일이다. 매니저는 세상 열심히 일했을 뿐이고 직업윤리를 어겼거나 악랄한 직을 한 게 없다.

마지막으로 마지막 엔딩에서 잭은 엘리에 대한 사랑을 고백했다. 근데 그때는 엘리가 개빈과 사귀고 있을 때였다. 잭은 엘리가 좋아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전광판에 이따시만하게  엘리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데, 일방적이고 폭력적이라 느껴졌다. 한가지 놀라운 건, 그게 엘리에게 먹혔다는 거고 개빈은 순수하게 물러났다는 거다. 뭐지?


그리고 진짜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비틀즈의 노래를 감상하고 싶은 거라면 차라리 유튜브에서 비틀즈 노래를 듣는 걸 추천한다. 그 흔한 예스터데이, 렛잇비를 제대로 감상할 장면 조차 만들어놓지 않았다. <보헤미안 랩소디>, <비긴 어게인> 같은 음악영화를 기대한다면 크게 실망할지 모른다.

코믹한 캐릭터를 맡은 잭의 부모의 말과 행동은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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