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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Nov 03. 2019

all about 조커 해석

1. 시대 배경

<조커>의 배경은 1981년의 고담시다. 제작진에 따르면 그 당시의 고담시는 지저분하고 모든 행정 기관이 돌아가며 파업을 하며, 만약 파업을 하지 않은 곳은 부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태를 보여주는 것은 그래피티로 가득찬 지하철이 대표적이다. 조커의 본명은 아서 플렉이지만, 이는 코믹스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코믹스에서는 추측되는 이름이 여러 개 있으며, 정확한 그의 본명은 나오지 않았다.


2. 간단한 줄거리

한 줄로 요약하자면 <조커>의 내용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아서 플렉이 범죄자 조커가 되어가는 이야기다. 그에게는 상황과 상관없이 웃음이 나오는 병이 있고(웃음발작), 건강이 좋지 않은 엄마를 부양하고 있다.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불량 청소년들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동료에게 배신을 당하는 등 그에게는 불운한 일만 일어난다. 그러던 어느날, 지하철에서 세 명의 술취한 금융사 직원에게 폭행을 당하던 중 정당방위로 총을 쏴 세 명을 모두 죽이게 되고 그 이후 죄책감 보다는 해방감을 느끼며 범죄자로 변해간다. 다시 말하자면, 희망을 잃어버린 개인이 어떻게 범죄자가 되는가에 대한 과정을 그렸다.


3.누가 조커를 만들었나?

영화 초중반까지의 아서를 보면 연민이 느껴질 정도의 불쌍한 인간이다. 코미디언이 되고 싶은 정신질환이 있는 남자. 이 한 마디로 아서를 설명할 수 있다. 여기에 한 줄의 설명을 더 붙인다면,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는' 정도가 있겠다. 그런데 그에게 일어나는 일을 보면...


1. 비행청소년들이 광대일을 하고 있는 그의 광고판을 빼앗고 부순 뒤 집단 폭행했다. 이로인해...

2. 광대인력사무소의 사장에게 광고판을 찾아오라는 추궁을 듣는다. 아서의 말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

3. 광대 동료 랜들은 총을 가져서는 안되는 아서에게 "죽을 것 같다 싶으면 총을 쏘라"며 몰래 총을 준다.

4. 아서는 소아병동에서 광대일을 하다가 실수로 바지 속의 총을 떨어뜨리고 해고 당한다. 랜들은 "아서가 자신에게 총을 사려 했다"며 사장에게 거짓말을 했다.

5. 아서는 정부에서 복지 예산을 삭감해 더 이상 정신질환 약을 받을 수 없다. 상담소도 폐쇄된다.

6. 하나뿐인 혈육이었던 엄마는 알고보니 어린 시절 자신을 학대했다. 심지어 자신이 입양된 자식이었다는 진실을 처음 들었다. 단 하나뿐인 가족이 그를 학대한 사람이며, 친부모가 아니라는 충격적 사실에 아서는 크게 충격 받는다.

7. 한 가지 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를 통해 아버지가 재벌 토마스 웨인이라는 점을 알게 되지만, 그것 역시 거짓말이었다. 토마스 웨인을 만나는 데 성공하지만 그에게 모욕적인 말만 듣는다.

8. 지하철에서 웃음이 발작하고 금융사 직원 세 명에게 두들겨 맞는다.


여기까지가 아서가 지하철에서 총을 쏘기 전까지 발생한 일이다. 어떤가? 조커가 미쳤나, 아니면 고담시가 미쳤나? 고담시가 미쳤다.


4.이것은 폭력 미화가 아닌가?

실제로 한 영화평론가는 "조커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영화에 자극을 받아 저지를 비극적인 결과에 대해 생각해봤나?"라는 질문을 했고 호아킨이 불쾌함을 느끼고 그 인터뷰 자리를 박차고 나간 적이 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느 토드 필립스의 생각으로 답을 대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감독 토드 필립스는 <조커>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이 세상의 사랑 결핍,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부족한 연민에 대해 이야기한다" 난 그런 질문이 예술에 족쇄를 채운다고 생각한다. 배신과 폭력으로 가득찬 신문과 뉴스가 더 악영향일 거다. 전 세계 모든 감독들이 디즈니 같은 착하고 순한 애니메이션만 만들 수는 없지 않나. 분명 그런 작품들도 있다. 한때 우리나라에 유행했던 조폭 소재의 영화들은 조폭을 미화했다. 하지만 <조커>는 분명 결이 다르다. 조폭 영화에서 조폭을 선하고 정의감있는 캐릭터로 포장하려 했다면, <조커>는 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조명할 뿐이다.


5. 당신이 아서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누구나 아서처럼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에서 이미 말했듯 아서는 별로 한 게 없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럼 조커가 잘한 거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텐데, 에이 그런 게 아니다. 나쁜 놈이랑 미친 놈이랑 싸우는 이야기에서 누가 착하고 못되고 따지는 것이 무엇이 중요한가. 배트맨 대 조커면 몰라도. 이건 부패한 고담시와 폭력적인 시위대가 맞붙는 것이 아닌가.


6. 엄마는 제정신이 아니다

엄마는 아서를 해피라고 부른다. 다 큰 아들에게 우리 행복이라고 부른다고 생각하면 오글거리거나 아니면 엄마가 아들을 많이 아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아들을 학대한 엄마가 그의 정체다. 그 학대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남편의 학대를 방관한 정도까지는 된다. 아서는 나중에 엄마를 베개로 얼굴을 눌러 질식사시키는데 그 장면에서 "단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는 고백을 한다.


7. 그럼 약을 어디서 받아야 되죠?

아서가 더욱 안타까운 점은 그의 의지 때문이다. 토마스 웨인은 "지금의 부자들은 노력해서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한다. 헬조선에서 많이 들어본 "노오오력이 부족해서"라는 명제가 떠오른다. 아서는 웃음 발작을 멈추기 위해 약을 꾸준히 먹었고, 상담사가 시키는대로 일기도 쓰고 그림도 그렸다. "그럼 약을 어디서 받아야 되죠?"라는 말이 슬프게 들리는 이유다. 참고로 그 일기장은 스태프들이 전부 채운 것이 아니라 호아킨이 여러장을 채웠다고 한다. 노트에는 '계단 또 계단 또 계단'이라는 것도 적혀있는데, 그의 무거운 마음을 보여주는 일기다. 아직 못 봤다면 N차 관람으로 확인하자.


8.고담시의 양극화

양극화는 <기생충>을 생각나게 하기도 하는데, 이걸 히어로물이라고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히어로물이 정치스럴러 아니면 하이틴무비처럼 그 안에서도 다양화되는데 이건 사회부조리극에 가깝다. 조커가 탄생하게 된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범죄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보고서처럼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자는 찢어지게 가난하고, 부자는 떵떵거리고 사는 양극화의 고담을 보며 우리가 발디딘 곳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9. 이것은 천하제일연기대회가 아니다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를 정말 잘하긴 했지만 이건 천하제일연기대회가 아니다. <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가 한 만큼 더 잘할 수 있을까, 누가누가 연기 잘하나를 보기 보다는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에 집중하면 좋겠다. 연기도 예술인데, 예술이라는 것의 우위를 가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고흐랑 피카소랑 누가 더 좋은지는 취향의 문제다.


10. 애드리브 연기

토드 필립스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호아킨이 연기를 하길 바랬고, 덕분에 애드리브가 많이 들어갈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지하철에서 살인을 한 후 화장실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 애드리브이고, 냉장고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 역시 애드리브. 촬영장 지침이 '피닉스가 원하는대로 연기를 펼치게 둘 것'이었다. 리허설 때도 없었던 장면이라고 한다.


11.차라리 조커가 낫다

호아킨은 조커보다 아서를 연기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조커를 연기하는 건 기쁨과 즐거움이고 자유로운 캐릭터라면, 아서는 긴장되고 억눌려있는 캐릭터. 조커로 5일 정도 촬영하다가 아서로 돌아가서 연기해야 될 때가 있었는데 진짜 하기 싫었다고.


12.명장면1

Don't forget to smile을 지고 Don't smile로 바꾼다.


13.명장면2

계단에서 춤추는 장면. 뉴욕의 브롱크스 웨스트 167번가라고 하는데 여기서 인증샷도 많이 찍는다고 한다. 원래 위험한 동네라 사람들이 많이 안 왔는데 사람들이 오니까 좋다는 지역 관계자의 말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태원에 조커계단이라는 걸 만들어서 사진찍던데, 이런 거까지 하는 이유가 뭐지?


14.명대사1

"난 내 인생이 비극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개같은 코미디였어"

"I thought my life was a tragedy, but now I realize It's a fucking comedy"


15.세 사람을 죽인다

세 사람을 죽이는데 상징적이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파괴하는 것 같았다. 먼저 엄마. 엄마는 유일한 가족이고, 자신이 부양하던 사람이고 자신에게 희망을 말을 해주던 사람인데 질식시켜 죽인다. 함무라비 법전처럼 그대로 갚아주는 방식. 그리고 랜들이라는 친구. 광대 동료인데, 직장을 잃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하고 겉으로는 친구인 척하는 인물. 목과 눈을 찌르는데, 총이 있는데 굳이 목과 눈을 찔러서 죽인 이유는 권력자에게는 아부하고 약해보이는 사람에게는 함부러 대하는 응징하는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 랜들이 아서에게 총을 주면서 "이러다 죽겠다 싶을 때 써"라고 말하는데, 그정도는 아니었던 셈. 그 총은 머레이를 죽일 때 쓴다. 머레이는 어린 시절 영웅이자 우상이었는데 총을 쏴 죽인다. 그때 아서가 느낀 감정에는 공포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너 같은 아들이 있다면 이 모든 것을 버릴 수도 있다"


16.음악

아이슬란드 출신의 음악감독이자 첼리스트 힐더 구드나도티르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영화 초반에 많이 깔리는 첼로 선율이 음울한 분위기를 거든다. 아서 혼자 생각하는 장면에서 종종 나오는데, 울고 있는 소리처럼 들린다. 후반부로 갈수록 현악기가 추가되며 더 웅장해지고, 계단에서 춤추는 장면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서다르게 표현했다. 힐더는 HBO의 <체르노빌>과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에서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17.존재감

사람이 존재감을 잃어버리면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


18.망상장애까지 있다

이웃집 여자에 대한 망상, 머레이쇼에 초대되는 망상, 초반에 상담사와 얘기하다가 입원했을 때 어땠냐는 질문에 대한 망상. 어떤 사람들은 마지막 장면까지의 모든 시퀀스가 망상이라고도 해석한다.


19.지하철의 깜빡이는 등

지하철의 전등이 깜빡거리는 장면은 마치 아서의 머릿 속을 보여주는 것 같다.


20.11시 10분의 의미

2회 차부터 보였던 장면이다. 11시 10분은 총 세 번 등장한다. 상담사와 초반에 상담받을 때 그리고 입원했던 때를 떠올리던 때, 퇴근 체크를 안 했다며 기계를 부술 때. 마지막에 머레이쇼에 초대됐을 때도 시계가 나오는데 이때는 10시 40분이었다. 이것에 대한 해석은 이 모든 것이 망상이기 때문에 1분도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고 하더라. 하지만 토드 필립스 감독은 의도적으로 메시지를 숨겨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만약 팬들이 무언가를 발견한다면 미술팀에서 몰래 한 것. 그리고 감독은 관객들이 다양하게 해석하고 유희하길 바라는 듯하다.


21.문의 의미, 경계선의 남자

주목할 점은 문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장면이 의도적으로 많다는 것. 내가 처음 주목한 건 출구로 들어가는 장면이다. 형사에게 병원에서 의심받을 때 출구로 들어가면서 부딪히게 되고, 두 번째는 토마스 웨인을 만나기 위해 의상을 갈아입고 극장 안으로 들어가는데, 이 때도 극장안으로 들어갔을 때 아서 뒤에는 EXIT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하기 위해 무대 위에 올라가거나 머레이 쇼에 들어가거나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들, 냉장고로 들어가는 장면까지. 문은 방과 방, 건물 안과 밖을 구분하는 장치인데, 아서와 조커의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것에 대한 상징처럼 보인다.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것 같다. 옆집 여자와 이야기할 때도 문을 사이에 두고, 아캄에 엄마 진료 기록을 가지러 갈 때도 철문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하고 브루스 웨인과 얘기할 때도 철문을 사이에 두고, 세 명의 남자를 마지막으로 죽일 때도 지하철 문이 중요하게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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