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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Dec 30. 2019

나혼자 하는 셀프어워드

연말이면 올해의 어워드라는 걸 해본다. 3년째가 되었나 4년째가 되었나. 올해도 해본다.

#올해의웃음 올해는 유난히 웃을 일이 많이 없었다. 좋아하는 예능은 문을 닫거나 진행자가 바뀌었다. 윤종신-김구라 조합을 <라디오스타>에서 볼 수 없었다. <냉장고를 부탁해>도 마지막 방송을 했다. <호구들의 감빵생활>도 일찍 끝났다. 이제는 <나혼자산다> 밖에 남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TV와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 같다. 웨이브 구독을 끊어야 하나 싶다. 수상자는 <무한도전>이다.

#올해의프로그램 아직도 <무한도전>을 본다. 케이블 채널에 무한도전만 계속 틀어주는 MBC 채널이 있다. 어떤 편이 봐도 웃기기 때문에 그냥 그걸 튼다. 특히 좋아하는 편은 이경규, 김구라 등이 나왔던 '예능총회'편이다. 레전드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이경규가 김영철에게 어른들끼리 얘기하는데 조용히 해라고 말하자 김영철이 "저도 어른이에요. 마흔세살 어른이라구요."라고 답하는 장면이다.

#올해의음악들 레드벨벳의 'RBB', 프로미스나인의 '러브밤', 여자친구의 '열대야', 비스메이저 단체곡 '악당출현' 최근에는 에띠드 삐아프의 '사랑의 찬가'를 많이 들었다.

#올해의영화 올해의 수작이라면 <엑시트>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깊은 신파로 빠지지 않는 전개, 용남 그 자체였던 조정석. 하나도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이라 더 놀라웠다. <마약왕> <뺑반>을 보고 조정석에게 실망했다가 <엑시트>를 보고, '그래 역시 조정석은 이 정도는 하는 배우지!'라고 생각하게 된. 어쩌면 납득이의 10년 후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한. 이 영화가 또 신인감독의 작품이라는 것도 눈길이 가는 부분.

#올해의실패 다이어트에 실패했다. 아니 끝나지 않았으니 실패가 아닌가? 내가 지금보다 10kg가 덜 나갔을 때 후배가 "선배 그러다 굴러다니겠어요"라고 했는데 아직도 굴러갈 수 없는 걸 보면 사람은 아무리 살이 쪄도 굴러다닐 수는 없는 것 같다.

#올해의꿈자리 이상한 꿈을 꾼 적이 있다. 장르는 좀비물이다. 주인공은 김석준(김석준 분), 배우 전미도(전미도 분) 그리고 5명쯤 되는 친구들. 나와 친구들이 묵고 있는 목조주택으로 좀비가 몰려오기 시작한다.(이블데드?) 우리는 좀비를 막기 위해 야외정원으로 나가 모든 생명체를 다 죽인다. 좀비도 있고, 좀비로 의심받는 사람도 있고, 동물도 있고, 곤충도 있다. 아무튼 극단적으로 다 죽인 뒤 주택 안으로 들어왔고, 그 지하에는 지하철이 있다(이 줄거리 뭐지?). 그 아래로 내려가지 친구 중에 한 명이 갑자기 좀비가 된다. 그리고 결국 나 밖에 남지 않는다.(부산행?)

#올해의맛집_해외편 시칠리아를 떠나기 삼일 전이었나? 해산물 전문 식당에서 디저트를 시켰는데 그 이름은 Cannellone con la ricotta. 디저트 위에는 설탕이 솔솔 뿌려져있었는데 서버가 테이블 위에 놓고 토치로 설탕을 녹여주더라. 녹은 설탕이 다시 굳고 치즈와 함께 먹으니 오독오독.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두 조각 남았을 때 잠깐만 기다리라며 서버가 에스프레소를 그 위에 쏟아부었다. 맛도 훌륭했지만 내가 놀란 포인트는 내 취향을 묻지도 않고 "이렇게 해야 맛있어"라고 생각하는 태도. 음식을 파는 사람이 이 정도의 자신감은 있어야지 하는 생각과 퍼포먼스가 정말 좋았다.

올해의음식_국내편 을지로 진고개(갈비찜, 불고기), 스탠딩바 전기, 합정동 평이담백뼈칼국수, 홍대 피자 로쏘 등이 떠오르긴 하는데, 가장 황홀하게 먹었던 음식은 시칠리아에서 돌아와 처음 먹은 김치볶음밥이었다. 나는 오대수처럼 한 가지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김치볶음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덧, 아시아나 김치볶음밥 정말 맛있다. 같이 나오는 버터랑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 천국의 맛.

#올해의술 아페롤 스프리츠. 이탈리아의 식전주인데 처음 먹으면 쓰고 맛이 없다가도 계속 먹게 된다. 그런데 한국에 오니 잘 모르겠다. 대학로의 디마떼오라는 핏제리아에서 먹었는데, 그때 그맛이 아니야. 김치볶음밥이 너무 맛있었던 것처럼 역시 맛에는 환경과 맥락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올해의대사 <나쁜 녀석들: 더무비>에 보면 마동석이 "옛말에 이런 말이 있지….(한박자 쉬고) 부탁을 하면 들어줘라" 영화는 재미 없었는데 이 대사는 너무 웃김.

#올해의연애 없다

#올해의여행 경주. 여름에 갔던터라 너무 더웠다. 나는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 것을 넘어 싫어한다. 눈 오는 겨울에 다시 한번 가려고 한다. 이번 휴가 때 갈까 싶었는데 눈 소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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