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혁 작가가 쓴 단편소설 <휴가 중인 시체>를 읽었다. 왼 페이지에는 한글, 오른 페이지에는 영어로 적혀있었다. 이런 형식의 소설은 처음이었다. K-FICTION이라는 시리즈는 이런 식으로 발매를 하나보다.
스포일러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것은 단편이니 어쩔 수 없다. 내용을 말하지 않으면 아무 얘기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스포일러 주의 -----------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 어쩌면 이야기를 수집하는 사람들은 상상력이 풍부하다. 그 상상력이라는 건 없는 것에서 있는 것을 상상해내는 능력이라기 보다는 보이는 것의 뒷면을 보는 능력에 가깝다. <휴가 중인 시체>에 등장하는 주원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유치원생인지, 어린이집인지 아무튼 통학차량 운전사인데 실수로 아이를 죽일 뻔하게 된다. 실제로는 아이를 정말 사랑해서 그 직업을 선택했던 사람임에도 처참히 무너진다. 그가 '나는 곧 죽는다'라는 문구가 적어놓은 버스를 타고 다니는 이유다.
뉴스를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히 나눌 수 없는 사건도 많다. 종결된 사건, 진행 중인 사건, 따끈따끈한 사건. 어떤 사건은 식사 자리에 올라 비하 당하기 일쑤, 또 다른 사건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이 소설을 읽고나니 뉴스를 즐기면서 볼 자신이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