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대하여
에디터의 일기
언제나 그렇듯 농담섞인 말들을 좋아합니다. 쉽게 쓴 말을 좋아합니다. 잘 모르는 사람이 어렵게 말하고, 잘 아는 사람이 쉽게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에는 '내'가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글의 성격이 따라 다르겠지만, 에세이스러운 글이라면 그렇습니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배운 건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글들은 다 그랬습니다. '내'가 있으려면 겉멋부리기는 포기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러면 오히려 나에게서 멀어지거든요. 아, 이것도 그냥 제 생각이긴 합니다. 뭐 글쓰기에 정답이 어디있겠어요. 그냥 제가 좋다고 느꼈던 글들이 그랬다는 거지. 허지웅 작가의 모든 글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불가능할 수도 있는 일이기도 하고) 많은 글을 좋아합니다. 특히 감정을 토해낸듯한 글을요. 이석원의 글도 좋아합니다. 청바지에 흰티만 입은 것 같은 글을요. 김훈의 글도 좋아합니다. 한발자국씩 아주 천천히 신중하게 나아가는 글을요. 김애란의 글도 좋아합니다. 내 감정을 활자번역기에 넣고 돌린 것처럼 디테일한 글을요.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건 아무래도 웃긴 글입니다. 그래서 김중혁의 글을 좋아합니다. 저는 웃긴 글이 좋습니다. 영화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습니다. 한없지 진지하거나, 한없이 걱정스러운 친구는 부담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농담 하나가 간절해지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