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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Feb 04. 2020

<증인>,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 글의 예상 독자

1. <증인>이 기대가 안되는 사람

2.그래서 안 봤던 사람

3.앞으로도 안 볼 사람


0.<증인>은 마냥 따뜻하기만 한 영화는 아니고 약간의 서스펜스와 추리가 들어가있다. 정우성과 김향기 모두 여기를 잘했지만, 염혜란이 너무 잘해서 영화를 보다가 의자에서 넘어질 뻔했다.

.

1. 파격적인 수상을 했던 청룡영화제의 근래 역사를 알면서도 정우성의 남우주연상 소식을 놀라웠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증인에서 그정도로 연기를 잘했나?' '증인이 그정도인가?' 천우희가 여우주연상을 받고 펑펑 울었던 장면이 생각났다. 연기도 연기지만 작품도 호평을 받았으니까. 그런데 <증인>은 적당한 감동휴먼드라마처럼 보였으니까.


2. 영화 감상 후에 달라진 내 생각 두 가지. '증인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정우성은 생각보다 연기를 잘했다' 사실 연기에 대해 잘한다 못한다를 (공적인 자리에서) 말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웬만하면 삼가려고 한다. 취향이 차지하는 부분이 너무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연기력은 설득력이라고 생각한다. 설득력이라는 건 상대적이다. 어떤 사람은 쉽게 설득되고, 다른 사람은 겨우겨우 설득된다. 내 기준에서 정우성은 그 역할처럼 보였다. 나는 설득됐다.


3. 그렇다면 김향기는 어땠나. 자폐아 연기하면 <말아톤>의 조승우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증인> 속에서 김향기에서는 <말아톤>의 향기가 난다. 이것을 두고 비슷하네 뭐네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영화를 보면 2-3번 울컥한 적이 있었는데, 모두 김향기의 연기였다. 하지만 이것은 그런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지, 연기력에서 오는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정우성이 아니라 김향기가 상을 받아야 했다 같은 말도 하는데 그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내 기준에서는 조연이었던 '염혜란'이 제일 잘했다. 그 장면을 보고 내적으로 소리질렀다. '이게 씬스틸러지! 끼야호'


4. 좋은 사람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하게 등장하는데, 마지막 장면의 김향기가 '아저씨는 좋은 사람입니다'는 너무 드라마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이 대사를 넣을지 말지에 대해 갈등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 전반에 걸쳐서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좋은 사람' 또는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것일 테고, 약간 과하다 싶어도 꼭 넣고 싶었을 것이다. 마지막 대사의 효능은 사람에 따라 다를 듯. 오그라들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5. 초반과 중반에 화면을 응시하는 클로즈업이 두 번 들어간다. 첫 번째는 피고인과 변호사의 대화, 두 번째는 증인과 변호사의 대화. 평범한 대화로 진행되던 장면이 갑자기 관객을 응시하는 앵글로 바뀌는데, (말해뭐해) 의도적이다. '이거 중요한 거야!'라고 밑줄을 긋거나 형광펜으로 쓱쓱 칠해놓은 것과 같다. 무슨 의도일까 해석을 하자면 "제게 거짓말하지 마세요. 거짓말하시면 도와드릴 수가 없으니까요" "걱정하지마세요. 제가 믿을 사람은 변호사님 밖에 없으니까요"라는 것이 첫번째 대화,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어?"가 두 번째 대화. 여러가지로 생각해볼 만한 장치다. 감독의 의도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기 위해서는 감독이 무엇을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는가를(간접적으로) 찾아보면된다. 보통 강조하고 싶은 건 여러번 말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우리 엄마는 나에게 살을 빼라는 잔소리를, 결혼하라는 잔소리의 10배 정도로 많이 한다. 우리 엄마가 나에게 강조하고 싶은 건 살빼라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아무튼, <증인>에서는 자페성 스펙트럼 환자는 사람의 표정을 잘 읽지 못한다는 게 장애인것처럼 나오는데, 클로즈업한 두 장면은 관객들에게 "어디 한 번 맞춰볼래? 이 어른이 지금 거짓말하는 거 같애? 아니면 진실을 말하는 거 같애?"라고 테스트하는 것 같다. 졸리니까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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