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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Feb 09. 2020

김밥천국 가는 길에 고양이 밥을 사야겠다

에디터 일기

1. 이번 주말에는 거의 활자만 읽었다. 전혀 계획했던 바가 아니었다. <조조 래빗>, <타오르는 여인들의 초상> 같은 영화를 볼 생각이었는데, 약간의 몸살 기운이 있어 '일단 쉬자' 생각하며 의자에 앉은 게 금요일 밤. 그리고 나는 끼니를 때우기 위해 김밥천국에 간 것을 제외하고는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김밥천국에서는 김치볶음밥과 비빔밥을 먹었는데, 돌솥비빔밥이 테이크아웃 안된다는 건 이번에 알았다. 돌솥을 테이크 아웃할 수 없으니 당연한 건 거지만 김밥천국인데 무슨 방법이라고 있을 줄 알았지! 이때의 대화는 좀 웃겼어 옮겨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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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돌솥비빔밥 하나 포장이요
그: 그건 포장이 안되는데. 돌솥에 나와야 돌솥비빔밥인데 돌솥을 줄 수가 없으니까.
나: 그럼 돌솥비빔밥을 포장으로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거죠?
그: 먹고 가는 건 어때?
나: 집에서 먹고 싶어서요.
그: 하하하(웃긴 청년이네)
나: 따끈한 비빔밥이 먹고 싶은데..
그: 비빔밥도 따끈하게 나오니까 괜찮을 거야.
나: 네 그럼 비빔밥으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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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김밥천국의 홀 담당 매니저는 내게 따뜻한 국물을 서비스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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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김밥천국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닌데 길어졌다. 아무튼 이번 주말에는 많은 궁금한 것들을 많이 찾아봤다. 카메라와 오디오에 관심이 생겨 제품을 알 다보다 보니 전기가 사용되는 원리도 보게 되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재밌는 거다. 예를 들어, 발전소에서는 가정으로 보내지는 전기는 교류로 보내지는데(직류는 전기 송신 과정에서 손실이 크고 효율성이 낮다고 했다), 교류는 +와 -를 바꾸어가며 전기를 공급하기 때문에 껐다가 켜짐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형광등 같은 거야 꺼지고 켜지는 게 인간 눈에 보이지 않으니 괜찮은데, 전자제품은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교류를 직류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걸 충전기의 어답터가 한다는 것. 적으면서도 맞는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흥미로운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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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계속 다른 길로 빠지는 것 같다. 진짜 이야기를 하자면 잡지를 많이 읽었다. 조만간 사이트에서 소개할 잡지를 포함해 그동안 미뤄두었던 잡지들이다. 에스콰이어, 고을, 어피스오브, 만화경, 컨셉진이다. 특히 어피스 오브가 너무 재밌었다. 출간물 같은 느낌보다는 하나의 예술프로젝트를 본 것 같았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나중에 기사에서 확인해달라.

2. 요즘 식욕이 줄었다. 예전에는 틈만 나면 다음 식사 메뉴는 무엇으로 할지 즐거운 고민을 하며 침샘이 작동되었는데, 지금은 많이 먹지도 않고 그리 즐겁지도 않다. 그 결과 몸무게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최근 일주일의 변화를 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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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을 끊었다
과자를 안 사 먹는다
아이스크림도 안 사 먹는다
빵도 안 사 먹는다
튀김도 안 사 먹는다
술은 원래 잘 안 먹는데, 어제는 맥주 두 모금 마시고 나머지는 모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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눔 리뷰를 쓰느라 시키는 대로 하다 보니 이렇게 변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운동만 하면 딱 좋을 텐데, 운동을 안 하네. 사실 곧 봄이 온다는 생각에 조급하던 참이었는데, 이 정도 페이스라면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3. 누가 세팅한 건지 모르겠는데, 내가 사는 빌라 1층에 고양이 집이 생겼다. 밥그릇도 생겼다. 아마 집주인이 챙겨준 것 같다. 그 위치가 집주인 전용 주자창 구석이거든. 그러자 고양이가 개냥이가 되었다. 원래 사람을 보면 도망가던 아이였는데, 요즘에는 맨날 현관문 앞에 앉아서 졸고 있다. 현관문에서 나오는 모든 입주민들을 집사로 생각하는 것인지 경계조차 하지 않는다. 오늘은 갈색 후리스를 입은 내게 다가오더니 내 주위를 뱅글뱅글 돌았다. 배를 긁어주니 발라당 눕더니 그르릉 거렸다. 이 녀석, 어떻게 하면 먹고살 수 있는지 잘 아는 녀석이군. 김밥천국에 가는 길에 고양이 간식이라도 좀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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