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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Feb 21. 2020

<작은 아씨들>, 저마다의 행복이 있는걸

<작은 아씨들>을 보고 들었던 생각들

1. <작은 아씨들>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그런 영화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다른 지점을 보고 싶었다. 영화에서 분명 여성의 억압된 삶을 보여주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게 전부가 아니어서 이 영화가 좋았다. 이 영화는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2. 가장 인상 깊었던 대화는 결혼을 앞둔 메그 마치와 조 마치의 대화다. 동생 조 마치는 "결혼을 하지 마, 평생 나랑 같이, 가족이랑 같지 지내자"라고 말하며 결혼을 불행한 삶인 것처럼 말한다. 그런 조에게 언니 메그는 세상엔 단 한 가지 방식의 행복만 있는 게 아니고, 결혼이 모두에게 불행은 아니고 그걸 꿈꾸는 사람도 있으며,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가정을 꾸리게 되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정확한 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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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 대사가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행복에 대한 상대적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다. 조 마치의 삶이 멋있어 보이기는 한다. 결혼하지 않고 멋진 작가가 되고 하고 살 거라는 다짐 말이다. 나 역시 결혼에 대해 로망이 없는 사람이라 조 마치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혼이 모두에게 끔찍한 것인가? 그건 절대 절대 아니다. 세상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많다. 아니 전부일지도 모른다. 나도 생각이 비슷한 친구와 정치 얘기를 하거나 사랑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도 언제는 맞았다가 언제는 틀어지기도 한다. 이 많은 사람들이 서로 엉켜 살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 가치관을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니라, 다름을 관용할 수 있는 태도를 갖추는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좋아하는 편인데, 어떤 사람들은 이런 태도가 유약하거나 비겁하다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사람이 유약하다. "너의 문제는 이거야"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이거야" "이건 틀렸고 그건 맞아" 단단해 보이는 가치관이 부러지면 견디기 힘들어 한다. 조 마치 역시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확신을 가진 상태로 나온다. 자신의 글을 안 좋게 평가한 사람에게 다신 보지 말자고 하기도 하면서. 하지만 점점 성장한다. 본인만이 정답을 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작은 아씨들>을 보고 반성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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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작은 아씨들>에서는 인류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예를 들면, 마치 가문의 아버지는 전쟁에 참전할 수밖에 없어서 몇 년간 가족을 떠나야 했다. 죽을 수도 있는 전쟁에 많은 남자들이 끌려갔고, 어떤 집안에서는 몇 명의 아들이 모두 전쟁에 갔다가 죽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희생되어야 한 시대를 골고루 보여준다는 점 역시 이 영화가 좋았던 부분이다. 메그 마치는 가난한 가정교사와 결혼을 했는데, (얼마나 가난한지 몰라도) 되게 가난하게 나온다. 둘은 가난해서 서러워하다가도 그래도 서로가 있어서 행복하다고 하는데, 남편은 스스로 돈을 못 벌어서 미안하다고 속상해한다. 만약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잘하는 일로 직업을 삼을 수 있는 세상이었다면, 둘은 그만큼 가난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작은 아씨들>이 대립보다는 이해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점이 좋았다. 성별을 기준으로 선과 악으로 대립하지 않았다. <작은 아씨들>에는 정말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서로 가치관이 참 다르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거나, 조롱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이해한다. 조 마치는 동생 에이미 마치에게 "그렇게 현명한 사람이 되었냐"라고 말하는데, 에미이의 대답이 현명하다. "언니가 그동안 단점만 보려고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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