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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Apr 24. 2020

<사냥의 시간>, 악몽에서 깨지 못한 네 친구의 이야기

<스포일러 있음>

줄거리는 이렇다. 가까운 미래의 서울. 도시는 망했다. 은행도 망하고, 사람들은 총을 들고 다니고, 매일 시위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황량하기 그지없다. 주인공 네 명은 희망 없는 세상에서 어차피 길바닥에 내몰릴 거 도박장을 털기로 한다.

Q.무슨 영화인가?
쫓고 쫓기는 영화가 아니라 쫓기는 영화다. 영화 초반부에는 네 명의 주인공(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이 도박장을 터는 게 주된 미션으로 나오는데 40분쯤이 지날 때 성공적으로 미션이 끝난다. 그 다음부터는 한(박해수)이라는 사람에게 쫓기는 내용이 계속 이어진다. 그런데 한은 돌아이라서 잡아놓고 풀어주고 다시 잡는다. 장난감 다루듯.

Q.재미있나?
재미있다. 박해수는 네 명의 주인공을 재미로 풀어주면서 사냥을 즐기는데 그 과정이 두 번쯤 반복되면 살짝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전까지의 긴장감은 큰 편. 15인치 맥북으로 봤는데도 이 정도면 극장에서 봤으면..어휴.. 아쉬운 게 하나 있는데, 박해수가 엄청난 킬러 같은 설정인데 설정을 받치고 있는 스토리가 약하다. 존댓말을 하는 초강력 킬러의 컨셉도 클리셰인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별다른 설명없이 '겁나 세다'라는 설정만 있으니 관객 성향에 따라 설득이 잘 안될 수도 있다. 그래도 크게 거슬리지 않았던 이유는 박해수에게서 풍기는 카리스마 + 주인공 네 명의 리액션 + 연출 + 음악 등등 덕분. 하지만 한이 갑자기 뜬금없이 나타나는 게 영화 <홍반장>을 떠올리게 해서 살짝 웃음이 나왔다. 중반까지는 확실히 심장을 강하게 조인다.

Q. 특히 좋았던 것?
영화가 되게 스타일리시하다. <불한당>, <독전>, <달콤한 인생>이 떠오르기도 했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미래적인 요소는 없다. 망한 미래니까. 주인공들은 아디다스, 타미힐피거 같은 브랜드를 입는데 딱히 미래적인 분위기의 옷이 아니라 눈길이 간다. 오히려 지금 유행하는 레트로 스타일. 돈은 없는데 옷은 되게 잘 입는다. 망해버린 도시의 분위기도 기가 막히게 연출했다. 어디서 저런 장소를 찾았는지 모르겠다. 찾아보니 대부분 인천에서 많이 찍었더라. 밤에는 붉은 조명을 썼는데 화면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느낌.  적재적소에 들어간 음악이 귀에 계속 쏙쏙 들어왔는데 알고보니 프라이머리가 했더라. 포스터만 보면 총기액션 영화처럼 보이는데, 총기액션이 주는 쾌감은 적고 오히려 심리적으로 긴장감을 조였다가 풀었다는 하는 서스펜스가 더 강하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관계가 뒤바뀌거나 팽팽하지 않고 일방적이어서 그렇다.

Q.그래서 결론은?
2시간 동안 반복되는 단어를 보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일까 짐작을 할 수 있다. <사냥의 시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꿈을 활용한다. 언젠가 하와이로 가겠다는 꿈, 쫓기는 꿈과 친구가 죽는 꿈을 꾸고, 친구는 자는 척 연기를 한다. 애초에 도박장을 털기로 한 이유도 희망이 없어서였고, 하외이로 떠나겠다는 꿈 하나 때문이었다. 그러나 쫓기고 나서부터는 악몽에서 깨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즉, 영화는 달콤한 꿈을 꾸려다 악몽을 꾸게 된 네 남자의 이야기. 그런데 박정민의 분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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