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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Nov 09. 2015

일해라, 철학자들아

'아이유 제제' 논쟁이 던지 예술에 대한 화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아이유가 앨범을 냈을 때 아무도 혹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쁜 말 하는 사람이 없었고, 모두가 극찬이었다. 탈아이돌은 공식화됐고, 아티스트 아이유를 찬양하는 사람들뿐이었다. 하지만 아이유의 수록곡 중 한 곡에 무단샘플림이 사용됐다는 이야기가 퍼지며 아이유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한 두 명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이유는 신속히 대처했다.


"앨범 작업과정에서 면밀하게 살피지 못해 음악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저희측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먼저 문제제기를 해주신 브리트니 스피어스 팬들께 감사와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출처: 아이유 페이스북)


그리고 불거진 또다른 논란, 무도가요제에서 박명수와 함께 불렀던 '레옹' 표절 논란. 작곡가는 아이유였기에 모든 화살은 아이유를 향했고, 전보다 더 많은 화살이 아이유를 향해있었다. 필자는 레옹과 비슷하다는 labelle의 'open up your heart'를 들어보았다. 인트로가 놀랍도록 비슷했다. 레옹 발표 후에 표절 논란이 이제야 일었다는 사실이 더 놀라울 정도였다.


그리고 가장 시끄러웠던 '아이유 제제' 사건, 이를 두고 진중권, 허지웅, 소재원 작가, 이외수, 윤종신 등 많은 유명인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사건을 요약하자면, 아이유는 '제제'라는 노래의 가사를 썼다. 제제는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를 참고했다. 제제를 돌봐준 어른 밍기뉴의 입장에서 재해석했다고 말했다. 그 노래에는 제제의 이중적인 부분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있다. '교활하다'는 표현이 그 예다. 문제는 표지 앨범에 제제로 보이는 아이가 망사스타킹을 신고 있는 모습이었다. 포즈도 야했다. 이에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출판한 동녘출판사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유감 표명을 했다. 이후에 영화평론가 허지웅이 트위터에 '출판사가 해석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는 잘못됐다고 비판했고, 동시다발적으로 이외수, 진중권, 영화 '소원(아동 성폭력을 다룬 작품)'의 원작가 소재원의 발언이 이어졌다. 아이유 제제 사태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예술과 예술 해석에는 금기가 있느냐, 있다면 무엇인가?


소위 '지식인'들이 여기서 논쟁을 멈춰야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예술과 이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진 건 사회적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국정교과서 문제가 더 시급한 상황이라 타이밍은 좋지 않지만).


예술에 한계를 둔다면, 예술이 온전할 수 없다는 입장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의 자아발현을 위해 예술이 무제한으로 팽창하는 것을 둔다면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 과거 이승연이 위안부 피해자를 주제로 누드화보를 찍었다가 비난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이것 역시 사진 예술의 속한다고 주장한다면 누가 비난할 수 있는가.

송민호의 랩이 산부인과 관련자들과 산모들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사과 요구를 할 수가 있을까. 예술에 한계가 없다면 이 모든 비난은 불가능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예술과 예술 해석에는 한계가 있어야 할까? 하지만 그 한계 설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철학자들아 일해라!

아이유 제제 사건을 통해 예술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히 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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