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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Nov 27. 2015

<응팔>,완벽한 균형이 주는 몰입감

내가 가족드라마 애청자가 될 줄이야

TV를 정말 좋아하지만 드라마는 거의 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봤던 드라마가 MBC<다모>였다. 그때 난 학업에 열중하느라(정말이다) TV를 자연스레 멀리하게 되었다. 그래도 주말에 보는 오락프로그램(그 당시엔 예능이라고 하지 않았다)이 주는 웃음은 달콤해서 꾸준히 챙겨봤다. 강호동, 유재석, 이휘재, 김한석이 나왔던 <MC대격돌-공포의 쿵쿵따>부터 시작해서 SBS<X맨>의 '당연하지'까지.


그땐 스마트폰도 없었고 IPTV도 없었다. 프로그램을 다시보기 위해서는 해당 방송국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유료로 고화질의 영상을 보거나 무료로 저화질을 영상을 봐야했다. 이것도 KBS에 해당되는 사항일 뿐 MBC, SBS는 무조건 유료 다시보기였다. 보통 평일에 하는 드라마는 챙겨보기 힘들어졌고 주말 예능만 꾸준히 보게됐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 습관은 이어졌다. 내게 드라마는 좀 지루하다.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듣는 쌍문동 친구들

이런 내가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을 보고 있다. 너무 재미있어서. <응팔>을 연출한 신원호 감독이 말했듯이 <응팔>은 가족드라마다. 신PD의 말을 들어보자.

 

“2002년 같은 경우 할 얘기는 많았지만, 아파트 시대이기 때문에 따뜻한 가족 이야 기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1988년도는 완벽한 아날로그 시대로서, 사회적 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따뜻함이 살아있다고 생각했다. 정권 교체와 같은 역사적 사건을 다 루는 경우도 있겠지만 <응답하라 1988>의 정체성은 가족극이다."


<응팔>의 러닝타임은 90분정도다. 웬만한 영화와 맞먹는다. 이 긴 시간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한 두명의 이야기만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의 드라마는 주연의 이야기만 다룬다. 남녀의 케미에 기댄 채 극은 진행되고 오로지 드라마의 성패는 그 케미에 달려있다. 하지만 <응팔>은 누구 한 명만 주인공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이야기 배분이 잘돼있다. 지루한 이야기는 일방적이고 한쪽으로 치중되어있다. 몰입감이 높은 드라마는 훌륭한 균형을 가지고 있다.

월드스타 택이를 기다리는 쌍문동 친구들

MBC<라디오스타>가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MC의 균형이 맞기 때문이다. 김구라의 균형을 윤종신이 잡아주기 때문이다. SBS<매직아이>의 김구라와 <라디오스타>의 김구라는 같은 사람이지만 옆에서 상쇄할만한 힘을 가지지 못하면 좌초하고 만다. 김구라가 맡은 프로그램 중 조기종영했던 프로그램은 <매직아이>하나만이 아니다.


<응답하라 1988>을 가만히 보고있으면 아들의 역할, 아버지의 역할, 어머니의 역할을 골고루 생각하게 된다.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힘들다는 '역지사지'를 조금이나마 하게 된다.


참 잘 만든 영화다. 상 주고 싶은 영화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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