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아버지의 든든함이 그립다

by 김작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라 내가 싫어진다. 딱히 하는 것은 없고 돈은 벌지 않으며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 우리 아버지는 이런 사람을 건달이라고 불렀다. 그래 내가 지금 그 건달인가보다.

취업준비를 하다보면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는 것인데, 수많은 날 중에 하나라고 웃어넘기기엔 시간이 참 안 간다. 이렇게 자존감이 떨어지는 날이면 아버지를 소환한다. 유년기 기억속에서 출근과 퇴근을 하던 부지런한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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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 우수한 근로자이고 훌륭한 노동자였다. 밤 8시가 되어서 집으로 돌아왔고, 밤 11시가 되면 이불을 펴고 누우셨다. 보통 아버지가 눈을 먼저 감고 불이 꺼지는 순서였다. 잠이 드는 게 아니라 잠이 쏟아졌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매일같이 새벽 5시에 일어나셨다. S사(그래 그 S사) 출근시간이 몇시인지 알 수 없지만 아버지는 7시까지는 출근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주6일을 근무하셨다. 담배를 끊고 술도 거의 안 마셨다. 아버지는 일을 그만두고 최근에야 수입맥주를 조금씩 마신다.


내 기억에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다. 기계같은 성실함이 몸에 박힌 분. 가끔씩 생각해본다. '아버지가 내게도 그 성실함을 물려주셨을까?' 글쎄. 끈기와 인내 그리고 비상한 머리는 아마 형에게 물려준 것 같다. 나에겐 뭘 주셨는지 모르겠다. tvN<응답하라 1988>에서 아들 김정봉은 병원 침대에 누워서 엄마에게 말한다.

어머니, 죄송해요. 어머니는 이렇게 강한데...아들은 몸도 약하고 마음도 약해서...


훌륭한 부모님을 둔 자식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과연 나는 어머니 아버지의 반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날씨가 추운탓일까 유난히 마음이 춥다. 기댈 곳이 없는 원룸이 오늘따라 더 애처롭다. 아버지의 든든함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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