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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Dec 19. 2015

왜 현정의 틈을 알아야 하죠?

제작진이 끝까지 답하지 못한 말

수많은 연예매체에서는 SBS<현정의 틈>이 방송된 이후 후속 기사를 쏟아냈다. 대부분은 이마트를 가지 말라 말이거나 아이를 좋아하던 모습에 관한 기사였다.

필자는 이 방송을 보는내내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제작진은 고현정과 매니져를 만나 미팅을 진행했다. 그 미팅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해줄 것을 요청하고 설득하기 위한 자리였다. 어떤 자리인지 몰랐던 고현정은 '리얼리티 예능'이라는 말을 듣자 표정이 금세 굳었다. 그리고 제작진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제가 왜 이걸 찍어야 되죠?"


여기서 제작진은 어떤 답을 해야 할까. 준비된 답을 꺼내면 된다. 취업 면접 볼 때 가장 먼저 생각해보는 그 '지원 동기'를 말하면 되는 셈이다. 제작진은 "워낙 베일에 쌓여 계시고..."라고 말했지만 고현정이 "베일에 쌓인 게 없어요"라고 말하자 "아..."라고 할말을 잃었다. 면접관이었으면 당장 불합격했을 대답이다.


다른 연예인이 아닌 왜 고현정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제작진은 매력적인 대답을 하지 못했다. 고현정의 10년지기 매니져는 "책 마케팅에도 도움이 되고..."라고 말했는데, 이게 지금 <현정의 틈>이 방송되고 있는 이유는 방송국이 원하는 시청률과 소속사가 원하는 마케팅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접점을 찾았기 때문이 아닐까.


일본에서 제작진과 출판사 직원 그리고 고현정의 소속사 직원은 다들 같은 편이 되어 몰래카메라를 계속 찍고 미행한다. 고현정이 동의하지 않은 고현정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니. 그리고 제작진은 몰래카메라와 미행을 하는데 들키고 실패한다. 그런 과정을 불쌍하게 그려낸 연출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나중에 고현정은 왜 제작진에게 마음을 열었냐는 질문에 '너무 열심히해서'라고 말한다. 결국 고현정의 마음을 움직인 건 고현정을 생각하는 마음이 아닌 프로그램을 생각하는 마음이었다.


고현정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불편하다고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24시간 카메라 동행 프로그램을 불편해할 것이다. 그런데 나레이션에서는 "그녀는 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불편해하는 걸까?"라고 말한다. 이게 생각하고 말하는 질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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