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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Jan 24. 2016

광희, 잘 적응하고 있어요

[김작가 TV 리뷰]

광희가 <무한도전>의 후보가 되었을 때, 아무도 광희의 최종 낙점을 예상하지 못했다. 나 역시도 그랬다. 광희는 안티가 많고, 팬은 어딘가에 숨어있는 딱 그러한 '비호감형' 연예인으로 분류되었다. 내 생각에도 그랬다. 광희의 높은 톤의 목소리, 까마귀 울음 소리를 연상케 하는 웃음소리, '모조리 뜯어 고쳤다'며 성형을 고백하는 발언과 행동들. 그게 광희의 캐릭터였다.


광희는 그렇게 적응했다. 그런 캐릭터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었다. 제국의 아이들 멤버가 되기 위해 자기가 잘하는 것을 할 수밖에 없었고, 캐릭터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아이돌이 되어 예능계에서 또 한번 살아남기 위해 더 독해지고 더 많은 것을 버렸다. 국민예능이라고 불리는 <무한도전> 정식 멤버가 된 광희는 이제 무엇을 또 버려야 할까.

출처: MBC 무한도전

광희는 적응하고 있다. 이 혹독한 현실에서. 자기보다 훨씬 경력이 오래된 선배들, 연예대상을 받은 예능 선배들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 노홍철과 길을 그리워하지 않을 정도로 웃겨야 하고, 그리고 전 멤버들과는 다른 웃음을 보여줘야 한다. 사회에 나온 청년들이 맞닿드리는 현실이다.


또래 친구들과 편하게 학교를 다니던 이십대는 마침내 회사에 입사에 어른의 언어를 배우고, 부하직원의 행동을 익힌다. 십년간 내가 어른이라고 착각했던 시절의 습관들을 버리기 시작한다. <무한도전>추격전을 통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광희는 비록 총총총 뛰어갔지만 정말 살아남기 위해 뛰었다. 연약한 몸, 가벼운 몸으로 형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말과 행동을 고르고 내뱉는다.


88년생 29살. 이십대의 마지막에서 광희는 적응하고 있다. 그도 우리와 다를 것없이 방송이 끝나면 친구와 만나 위로받겠지. 소주 한 잔 사주고 싶었던 <미생>의 장그래처럼 광희에게도 한 잔 사주고 싶었다. <무한도전>에서 자리잡길 바라고 웃음을 터트리길 바란다는 일년 뒤 자신에게 보내는 광희의 편지에서 웃을 수 없는 이유였다. 오늘부터 광희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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