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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Jul 07. 2015

사람 같은 로봇, 로봇 같은 사람

하일권의 <3단합체 김창남> 

▲출처: 3단합체 김창남(네이버 웹툰) 

하일권의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가 언제였더라. 아마 3,4년 전 편의점에서 처음 읽었던 것 같다. 그때 난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휴학 중이었다. 돈을 벌고 싶은 생각이 컸다. 등록금에 보태서 부모님께 효도를 하려는 착한 마음은 아니었다. 부모님께 받는 용돈은 생활비로 나가기에도 벅찼기 때문에 여가를 즐기고 싶어서 알바를 했다. 편의점 평일 야간 알바를 했다. 오후 11시부터 아침 8시까지. 다행히 쏟아지는 잠을 참으며 간간히 청소를 하는 것만 빼면 힘들 게 없는 알바였다. 


새벽 3시 정도, 손님이 아무도 오지 않는 시간이 있다. 서있어도 졸린 시간을 버티기 위한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 그때 봤던 만화가 바로 하일권의 <안나라수마나라><두근두근두근거려>등이었다. 난 이 만화들을 울면서 봤다. 


요즘 하일권의 만화가 어떤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읽은 몇 작품들에는 공통적인 코드가 있는 것 같다. 소외된 청소년, 못생긴 아이나 왕따를 당하는 아이, 가난한 아이 등. 경제적으로나 외적으로 사회가 단정지어버린 기준보다 못한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하일권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모두 성장하는 과정을 겪지만 그걸 지켜보는 독자는 마음이 아주 편하지는 않았다. 뿌듯함보다는 미안함이 더 컸다.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소외된 사람들을 방치한 사람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3단 합체 김창남>에서도 역시 마찬가지. 학교폭력과 로봇이라는 소재를 혼합해 쓴다. 그러나 이야기는 로봇처럼, 쇳덩어리처럼 차갑게 느껴지지 않아다. 


내가 뱉었던 날카로운 말들이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을까 돌아보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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