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가 Jan 24. 2016

태초에 잡스가 있었다

영화<스티브 잡스> 감상평

사진 출처 : UPI코리아

<스티브 잡스>는 한정된 공간에서 전개되는 영화다. 프레젠테이션 장소에서 인물들만으로 긴장감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한정된 공간은 마치 영화 속 잡스가 추구하는 개방형 아닌 폐쇄형 운영체제와 닮았다. 다른 제품과는 호환되지 않는 예술가적인 전자 제품. 폐쇄적인 공간임에도 매번 장소처럼 느껴지고 전혀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다양한 앵글 때문이 아닐까. 특히, 리사에게 리사(컴퓨터)를 만져보라고 한 뒤 잡스를 바라보는 앵글은 리사의 시선이지만 리사가 화면에 나오는 순간에서는 잡스를 바라보지 않는다. 얼마나 감탄스러운 장난인가.


인물들은 하나같이 결함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악역은 아니며 친구는 맞지만 양보는 하지 않는다. 예술가는 아니지만 예술을 하고 싶어하고, 남을 걱정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고 싶어 한다. 어쩌면 <스티브 잡스>에 나오는 인물들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면면이다. 그리고 그 중 잡스는 가장 독특한, 그래서 2016년에서 추앙받을 수 있는 유일한 위인인지도 모르겠다. 구시대의 위인전이 결함을 부정한 것들의 산물이었다면, 영상매체로 나타난 이 위인전은 욕심과 따뜻함이 적절히 배합됐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한 줄로 요약된다.


태초에 잡스가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거울을 만난, 김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