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리가 없을 때 사무실에서의 나

시간 때우기

by 송병걸

경주의 한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가끔 일이 떨어져 버린 공백의 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눈앞에 놓인 컴퓨터 화면은 고요하고, 주변의 동료들도 각자 자신들의 일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순간이 찾아오면 나는 비로소 내 삶의 작은 틈을 마주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채워보려 노력한다.

1. 정리라는 이름의 명상

가장 먼저 손에 잡히는 일은 내 책상과 서류를 정리하는 것이다. 정돈되지 않은 서류 더미를 차분히 정리하다 보면 묘한 성취감과 안도감이 찾아온다. 책상의 먼지를 닦고, 불필요한 물건들을 치우는 과정은 단순한 물리적 정리가 아니라, 내 머릿속까지 깨끗하게 만드는 느낌을 준다. 정리가 끝난 책상을 보면 기분이 새로워지고, 다시금 집중력을 끌어올릴 준비가 된 것 같다.

2. 인터넷 속 작은 여행

경주에 살고 있다 보니, 종종 지역의 새로운 소식이나 명소에 대해 검색을 하곤 한다. “요즘 경주에서 새로운 맛집은 어디일까?”, “다음 주말엔 어느 한옥 카페에 가볼까?” 같은 소소한 검색은 나를 설레게 만든다. 때로는 전혀 다른 지역이나 해외 여행지에 대해 검색하며 잠시 현실을 벗어난 상상의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하다 보면 공백의 시간이 오히려 즐거운 여유로 바뀐다.

3. 동료와의 대화로 얻는 영감

일거리가 없을 때, 나는 가끔 동료들과 가벼운 대화를 시도한다. 단순히 업무 얘기가 아니라, 서로의 취미나 최근에 본 드라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나 인사이트를 얻을 때가 있다. 동료들과의 대화는 인간적인 유대를 느끼게 해 주며, 동시에 내가 이 공간에서 소속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해 준다.

4. 미래를 위한 준비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기엔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질 때, 나는 내 경력을 위해 새로운 스킬을 배우거나 미래의 계획을 점검해 본다. 온라인 강의를 찾아 듣거나, 새로 배워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시도해 본다. 40대가 되니 이제 남은 커리어의 방향성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고, 이러한 공백의 시간은 오히려 나에게 중요한 준비 시간이 될 수 있다.

5. 스스로와의 대화

가장 조용한 순간에는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지금까지 살아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경주의 한적한 풍경 속에서 살면서 느낀 작은 행복과 평온함, 그리고 더 나아가 이루고 싶은 꿈들을 차근차근 떠올리다 보면,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마무리하며

사무실에서 일이 떨어졌을 때는 그저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그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들어보려 노력한다. 정리, 검색, 대화, 학습, 그리고 내면과의 대화는 그 순간순간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40대의 삶은 바쁘지만, 이런 공백의 시간은 오히려 나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경주의 느릿느릿한 공기가 그러하듯, 일상의 작은 틈을 소중히 여기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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