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박물관 반가사유상 앞에서
서울 출장길, 예상보다 이른 회의 종료 덕에 기차 시간까지 여유가 생겼다. 무심코 발걸음을 향한 곳은 국립중앙박물관. 평소엔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가지는 않던 곳이지만, 이 날은 어쩐지 조용한 공간이 그리웠다.
그리고 나는 뜻밖의 만남을 하게 되었다.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앞에서.
불교 신자도 아니고, 미술이나 조각에 특별한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조명이 어둑하게 깔린 공간 한가운데, 마주 앉은 두 불상이 전하는 고요함은 설명할 수 없는 울림을 안겨주었다.
한쪽 다리를 올리고 손가락 끝을 살짝 뺨에 대고 있는 그 익숙하면서도 낯선 자세. 눈은 감겼고, 입가엔 미소도 아닌, 슬픔도 아닌, 그저 ‘생각’이 머물고 있는 표정. 마치 천 년의 시간을 건너온 존재가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 같은 질문을 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조각상 너머 벽면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Time to lose yourself deep in wandering thought"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
어쩌면 반가사유상이 전하고 싶은 건 바로 그것일지도 모른다. 믿음의 유무를 넘어선 인간의 본질적인 사유.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
반가사유상은 단지 오래된 조각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침묵 속에서 나에게 말을 거는 존재였고, 분주한 일상 속에서 내 안의 고요를 깨우는 순간이었다.
돌아 나오는 길, 마음 한 구석이 평온했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 속, 짧지만 깊은 사유의 시간을 선물해 준 그곳에 고마움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