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돌봄의 그림자

암환자 가족일기

by 송병걸

어머니는 이제 예전 같지 않다. 병의 기운이 몸을 조금씩 파고들며, 마음까지 날카롭게 깎아내린 듯하다. 사소한 말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시고, 작은 불편도 크게 호소하신다. 아버지는 묵묵히 곁에서 그 모든 것을 받아낸다. 하루에도 몇 번씩 숨을 고르며, 다시 웃음을 지어 보이려 애쓰신다. 하지만 그 억지 미소 속에 감춰진 지침은 가족인 우리에게는 분명히 보인다.

간호는 단순히 몸을 돌보는 일이 아니다. 상대의 예민함, 불안, 때로는 분노까지 함께 감당해야 한다. 어머니의 예민함은 어쩌면 두려움의 또 다른 얼굴일 것이다. 아프다는 사실이 주는 무력감, 늙어간다는 현실이 주는 서글픔이 그렇게 표현되는 게 아닐까. 그렇지만 그 화살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아버지를 향한다.

아버지는 애써 참으신다. 짧게 대꾸하고, 조용히 문을 닫고, 때로는 그냥 묵묵히 자리를 지키신다. 그 모습은 존경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그러나 그 곁에서 지켜보는 우리도 사실 지쳐간다. 아버지의 고단함과 어머니의 예민함 사이에서, 무엇 하나 쉽게 위로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무력해진다.


물론 두 분이 싸우기도 한다. 그 불똥이 튀어서 아들이나 며느리가 때때로 곤란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가족은 함께 버틴다. 서로의 피곤함을 조금씩 나누고, 작은 순간의 평온을 소중히 붙든다. 어머니가 없는 공간에서, 아버지와 나누는 짧은 대화 속 웃음 한 조각이 그날의 유일한 숨통이 되기도 한다.

나는 때때로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상황의 끝은 어디일까. 언제쯤 더 가벼워질까. 정답은 없다. 그저 하루를 견디고, 내일을 맞이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고단한 시간 속에서도 우리가 서로를 향해 건네는 작은 마음들이 있다는 것이다.

병은 한 사람의 몸을 앓게 하지만, 사실은 온 가족의 마음을 함께 흔들어 놓는다. 그러나 그 무게를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는 다시 가족이 된다. 비록 지치고 힘들어도,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 하나로 오늘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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