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영화 두 편의 비슷한 점 비교
사랑은 언제나 같은 얼굴로 오지 않는다.
어떤 사랑은 비 오는 홍콩의 거리에서,
습한 공기와 네온빛 사이를 스치며 피어나고,
어떤 사랑은 피렌체의 햇살 아래,
그림자처럼 조용히 머무른다.
1996년, 홍콩 영화 **〈첨밀밀〉**은
시대를 건너는 사랑의 온도를 담았다.
가난과 이민, 낯선 도시의 불안 속에서
이요(장만옥)와 소군(여명)은 우연히 만나 서로를 의지한다.
그들의 사랑은 거창하지 않다.
하루 세끼를 해결하고, 월세를 내고,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평범한 연애다.
하지만 그 평범함이야말로
삶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진한 사랑의 형태다.
그들에게 ‘첨밀밀’은 노래이자 기억이다.
테레사 텡의 목소리는
사랑이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는,
잊지 못할 시간의 향기다.
그 노래가 다시 흘러나올 때,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알아본다.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깨닫는다.
삶이 아무리 우리를 멀리 데려가도,
사랑은 늘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는 것을.
2001년의 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는
다른 온도의 사랑을 보여준다.
아오이(진혜림)와 준세이(다케노우치 유타카)는
젊은 시절 뜨겁게 사랑했지만,
각자의 이유로 이별한다.
그 후로 오랜 세월 동안
둘은 서로의 부재 속에서 자란다.
한 사람은 예술로, 한 사람은 기다림으로.
그들의 재회는 운명처럼 피렌체의 돔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뜨거운 열정도, 차가운 냉정도 아닌,
그 사이의 온도로.
그 순간,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시간의 결이 된다.
서로의 삶을 지나온 두 사람은
이제야 비로소 사랑을 완성한다.
〈첨밀밀〉의 사랑이 삶 속에서 피어난 사랑이라면,
〈냉정과 열정 사이〉의 사랑은 시간 속에서 숙성된 사랑이다.
하나는 현실이 이긴 사랑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이 이긴 사랑이다.
그러나 둘 다 같은 질문을 던진다.
“시간이 흘러도, 마음은 그대로일까?”
이요와 아오이는 서로 다른 도시에서 살아가지만
둘 다 사랑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다.
삶의 방식은 달라도, 사랑의 여운은 같은 언어로 남는다.
〈첨밀밀〉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요는 눈물 대신 미소를 짓는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아오이 역시,
오랜 기다림 끝에 조용히 웃는다.
그 미소 속엔 공통된 진실이 있다.
사랑은 결국,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어 남는 감정이라는 것.
그래서 이 두 영화는
20세기를 지나온 아시아의 두 개의 심장처럼 느껴진다.
홍콩의 현실과 일본의 절제,
그 두 세계가 교차할 때
우리는 깨닫는다.
사랑은 한 사람을 잊지 못하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첨밀밀〉은 삶 속의 사랑을,
〈냉정과 열정 사이〉는 시간 속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둘 사이,
삶과 시간 사이에서 여전히 사랑을 배운다.
여담으로 첨밀밀에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표형(증지위)이 잘 웃지 않는 이요를 웃기기 위해 등에 미키마우스 문신을 하고 마사지를 받으러 오는 장면이다.